[포르투갈 여행] 걷는 리듬으로 천천히

Andante : 포르투 산책

by viajera 비아헤라

음악에서 Andante(안단테)는 조금 느린 템포, 걷는 정도의 속도를 뜻하는 단어로 악보에서 흔히 만나곤 한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아어 음악 용어로 알려져 있지만, 포르투갈어에도 andante가 있다. 포르투갈어 andar(걷다)에서 파생된 andante는 '걷는 사람' 또는 '이동 중인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악보에서 안단테는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 여행에서 안단테는 '걷듯이 이동하는 리듬'으로 읽힌다.


포르투갈어 andante는 포르투 여행자들에게도 낯익은 단어이다. 포르투의 교통카드 이름이 바로 andante이기 때문이다. 포르투는 도시 규모가 크지 않고 곳곳으로 대중교통이 잘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잔잔하고 낭만적인 이 도시는 느린 템포로 바라볼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걷는 속도로 천천히 만끽해야 하는 도시. 그래서 포르투의 교통카드 이름도 andante가 아닐까?




리스본에서 플릭스 버스를 타고 세 시간 반을 달려 포르투에 도착했다. 호텔 로비에 체크인을 하러 가니 기다리는 동안 와인을 줬다. 역시 포트와인의 본고장은 웰컴드링크도 남다르다고 생각하며 함께 준비된 자그마한 나타와 곁들여 포트와인을 음미했다. 간단히 짐만 풀고 나와 동네 산책도 할 겸 숙소에서 메트로역까지 걸어갔다. 리스본과는 또 다르게 소담한 매력이 있는 골목길을 찬찬히 훑으며 걸어 내려오니 어느새 역에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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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역에서 안단테 교통카드를 살 수 있다고 해서 역 안에 한 칸 자리 매표소나 그것도 아니면 키오스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안단테 매장이 따로 있었고 심지어 규모도 작지 않았다. 줄지어선 창구에는 안단테 유니폼을 갖춰 입은 서너 명의 직원이 응대하고 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잠시 대기를 하다가 차례가 되어 창구로 갔다. 안단테 투어 1일권 카드를 구입하고, 카드에 그려진 아름다운 포르투 야경과 andante라는 글자를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발걸음이 아까보다 조금 더 느려졌다. 이곳에서는 서두르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메트로를 타고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너 미리 봐둔 포르투갈 가정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크지 않은 내부에는 몇 개의 테이블이 있었고, 한국인 여행자가 많이 왔는지 사장님이 할 줄 아는 한국말 몇 마디와 적절히 섞어 친절하게 주문을 도와주었다. 메뉴는 그날그날 재료에 따라 솜씨 좋게 요리하기 때문에, 사장님이 줄줄 읊어주는 오늘의 메뉴 중 과일샐러드, 문어 스테이크, 흰살생선구이, 그리고 포트와인을 주문했다.


먼저 애피타이저로 과일과 채소가 듬뿍 든 샐러드와 포트와인이 나왔다. 스타터로 입맛을 돋우고 나니 메인요리인 문어 스테이크와 흰살생선구이가 나왔다. 두 요리에는 올리브 오일 향이 가득 배어 있어 향긋하고 문어와 생선살은 입에서 살살 녹았다. 리스본에서도 느꼈지만 포르투도 요리에 들어간 감자가 참 맛있었다. 포르투갈 감자가 품질이 좋은지, 올리브오일과 잘 어우러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산물, 올리브오일, 감자의 3박자가 어우러지며 맛의 하모니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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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 배를 식히며 골목을 걸어 나오니 모루정원이 나왔다. 늦은 오후에 올 것을 기약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동 루이스 1세 다리로 갔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흐린 하늘이 이내 비를 흩뿌려댔다. 결국 메트로를 타고 시가지로 가서 우비를 사서 모루정원으로 돌아왔더니 고새 날씨가 변덕을 부려 비는 그쳤지만 강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몸이 달달달 떨릴 만큼 추웠지만 잠시 스쳐 지나가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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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모루정원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여기저기 듬성듬성 앉아있는 사람들 틈바구니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언덕의 차가운 돌바닥에 앉으니 찬 기운이 퍼져나갔지만 가만히 강 건너 히베이라 지구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흐린 날씨 때문에 시야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눈앞의 풍광들이 마치 인상파 화가의 유화처럼 보였다. 그렇게 추위도 잊은 채 미술관 벽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그림을 감상하듯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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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히베이라 지구로 넘어가 골목을 걸어내려가니 아까까지 모루정원에서 바라보았던 강변이 나왔다. 한 폭의 그림 안에 들어간 이름 모를 인물이 되어 강변을 걸어보았다. 그러기도 심술부리듯 더욱 거세진 강바람은 나를 컨버스 밖으로 나오게 했다. 근처에 통창으로 된 카페로 들어갔다. 조명이 일렁이는 도루강 야경을 바라보며 로제 와인을 마셨다. 추위에 떨다 갑자기 만난 온기에 몸이 녹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도수가 센 포트와인 때문인지 자꾸만 졸음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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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왔던 길을 다시 짚어내듯 사복사복 걸어 올라가니 상점가를 오가던 수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고요해진 골목에 고양이 울음소리만이 메아리쳤다. 메트로를 타고 다시 안단테 카드를 샀던 역에 내렸다. 소담했던 거리는 완연히 어둠이 내려 흐릿한 조명만 우뚝 서 어슴프레 돌길을 밝히고 있었다. 낮과는 달라진 같은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 숙소에 다다랐다. 나른해진 몸을 아늑한 침대에 파묻고 그림 같은 포르투를 걸어온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템포로 걸은 발자국들이 음표가 되어 andante의 선율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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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아끼는 책 『시와 산책』의 구절로 마침표를 찍을까 한다.


산책의 쓸모를 생각하고 걷는 사람을 '산책자'라고 부르는 건 내키지 않는다... 산책 혹은 소요의 가치는 쓸모를 기대하지 않아서 귀해지는 쪽이다. 산책자는 걸을 때만큼은 자신의 '몸'보다 '몸이 아닌 것'에 시선을 둔다... 그의 사유는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파도 같다. 그러나 아무리 쓸모도 정처도 없이 걷는다 해도, 산책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다... 산책의 마지막 기쁨은 돌아가는 길은 얼마나 순순히, 서두르지 않고 걷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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