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정 Nov 11. 2024

<추억에 마음을 기대어>

달콤한 미소로 시작하는 이 아침에


나는 추억을 그려봅니다. 

거실 창 밖에는 가을이 노랗게 붉게 단풍을 입혔네요. 이 아침에

나는 사랑을 입히고 싶어요. 이 아침에


사랑은 날개를 달았죠. 


우리 큰애가 6살, 작은애가 3살

우리 큰애는 누나처럼 우리 작은애를 잘 보살펴 주었죠.


쌔근쌔근 큰애, 작은애가 자고 있을 때

나는 두 아이가 먹을 아침상을 차려놓고, 상 위에

"엄마, 목욕탕 갔다 올게."

큰애가 읽을 작은 종이쪽지 하나 두고 갔다 와도

안심할 수 있었죠.


큰애는 엄마가 목욕탕에 갔다 올 동안 동생 밥 먹이고

잘 데리고 놀았죠.


큰애가 7살, 작은애가 4살

두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내가 수업할 복지관에 갔죠. 내가 수업할 동안

놀이방에서 큰애는 동생을 데리고 잘 놀아주고

돌봐주고 했었죠.

그런 큰애 덕분에 나는 공부도 수업도 할 수 있었죠.


작은애가 8살, 큰애가 11살

작은애가 학교에서부터 똥을 참으면서 집까지 버티면서 왔죠.

현관문을 열자마자 바로 똥을 싸면서 화장실까지 가서 

남은 똥을 싸버렸죠. 현관에서부터 화장실까지 똥, 똥

작은애 바지에도 똥, 똥, 학교에서 집으로 온 큰애가

그것을 보고 다 치웠죠. 수업을 하고 오니 집안에 똥냄새가

나서 물어보았죠. 이게? 무슨 냄새야?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큰애가 고맙고 미안했지요.


큰애가 동생의 엄마였기도 했고, 누나이기도 했고

나는 마음이 아리고 아픈 날이 많았지만, 그렇게

공부를 해서 나는 글을 가르치는 사람, 그 꿈을 이루었지요.

그 사랑 덕분에요. 그 사랑 덕분에요.


그 사랑, 잊지 않고 있어요. 오늘 이 아침에는 

엄마가 그 사랑, 엄마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받은 그 사랑,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 작은애가 3살 때, 어느 날 아침, 그날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선연히 핏자국처럼 남아 있어요.

한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나는 출근을 했지요.


그 아주머니에게 안겨서는 엄마, 잘 다녀와,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어주었지요. 입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웃는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떨어졌어요. 나는, 

발길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손을 흔들어주고는 

뒤돌아섰죠. 다시 돌아보니 여전히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지요. 마음이 애려서 나는

하루종일 눈물을 삼키면서 수업을 했어요. 그날이 아직도

아픕니다. 입은 웃는데, 눈은 울었던 우리 아이.

속이 깊었던 우리 아이. 그 사랑 아립니다.


또 이런 날도 있었죠. 우리 큰애가 12살 때예요.

새벽부터 일어나서 대학원 수업 듣고 밤새워 수업하고 

오니, 큰애가 쌓여있는 설거지를 다해놓고 새근새근

자고 있어요. 손톱에는 검은 때가 끼여있고요. 


옆에 있어 주지 못하고 내 꿈을 향해서만 걸었던 길

그 길에는 우리 아이들의 큰 사랑이 있었지요. 나는

압니다. 어떤 꿈도 혼자의 힘이 아니란 것을요. 


오늘은, 오늘 이 아침에는 내가 받은 사랑, 내 속에

예쁘게 접혀 있는 그 사랑, 펼쳐볼래요. 오늘은 그런

사랑,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고마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엄마가 늘 고마웠다고, 그 사랑, 고마웠다고.


오늘은, 오늘 이 아침에는 말해주고 싶어요. 사랑은

날개를 달았죠. 사랑은 날개를 달았죠. 오늘 여기에.


작가의 이전글 죄송합니다. 연재 발행 취소 하고, 다시 한번 더 확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