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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양육자의 공통점

나와 어디가 다른 것인가?

혹시 유니콘을 아시나요? 어디서 들어는 봤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다는 유니콘. 다시 말해 금쪽이의 반대되는 아이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밝고 이타적이며 배려심 넘칠 뿐 아니라 실패에서 뭔가 배우고 다시 도전하는 그런 아이들입니다.


내 아이가 유니콘이 아니라니.. 나의 양육방식에서 대체 어디가 문제란 말인가 고민스럽고 당혹스러웠습니다. 해마다 학부모 상담을 진행합니다.  양육의 고수들과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십 수년이 지나니 그분들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그들은 감정의 기복이 작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한 범위 안에서 희로애락을 느끼고 이를 차분하게 공유합니다. 저는 여기서 아웃입니다. 일희일비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바꾸어 보기로 마음먹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모를 기쁘게 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초기에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언제 부모가 화를 낼지 기쁠지 종잡을 수 없는 몇 해를 보내다 보면 불안해하고 눈치를 볼 뿐 무력해집니다. 반면 부모의 감정이 안정적인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 아이들은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자신의 과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만화를 읽고 물고기를 관찰하고 줄넘기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나의 문제로 가정이 일희일비하지는 않아야, 아이도 마음 편하게 일상을 살아가지 않을까요?


하나. 그들은 규칙적입니다.

나중에 워킹맘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하겠지만, 의외로 양육의 고수들 중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정해진 요일에 함께 도서관에 가고 정해진 시점에 산책을 하며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눕니다. 의외로 무기력하고 불안하며 짜증을 못 참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는 학생들의 부모님 중 상당수가 늦게 잠들고 아침에 아이 등교시간까지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그냥 학교에 가지 마.' 아이들에게 달콤한 유혹이고 훗날 학교 안 간다고 버티는 아이들도 열이면 열 이런 경험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는 아이대로 놀고, 양육자는 휴대폰만 보고 있는 경우가 참 안타깝습니다. 양육자가 정해진 규칙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데, 어찌 아이가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겠습니까?


하나. 가정이 화목합니다.

가끔 학부모총회에서 우리 반 학부모님들께 이런 말을 합니다. 만약 내 아이가 크는 동안 오직 한 가지만 줄 수 있다면 저는 '화목'을 주겠다고 말입니다. 화목한 가정의 아이들은 주변의 사람들과 잘 어울립니다. 학교 생활의 반은 인간관계입니다. 양육자가 서로 뾰족하게 말하고 미움과 분노 섞인 대화를 나누는데 아이가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낼 수는 없습니다. 단연코 티가 납니다. 착각하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 아빠와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아이 아빠도 저도 아이에게는 최선을 다한다고요. 아이는 자신이 속한 대화가 아니라 자신이 관찰자인 대화를 더 많이 학습합니다. 아이에게 웃으며 말하다가 배우자에게 날 선 대화를 하는 양육자를 정말 많이 접합니다. 부디 아이 앞에서 그러지 말아 주세요. 아이는 딱 그 말투로 학급에서 다른 아이에게 자신의 불안을 표출합니다.


하나. 양육자가 자신의 삶을 삽니다.

애를 잘 키워 내는 것이 나의 존재 가치인 양육자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남들에게 뽐낼 만한 성적을 만들어 내고 대입 성과를 내면 내 삶도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다고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백하건대 저도 좀 그랬습니다. 양육의 고수들은 자신의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를 알고 도전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성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습니다. 되려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지 또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아이와 대화 나누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교육은 들통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업의 가치와 사회적 공헌 같은 개념은 아마도 바짝 마른 나뭇잎처럼 아이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데 퍽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이니 그런 개념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요? 그걸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대화를 나누는 가정의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사고력과 어휘도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하나. 아이를 그 자체로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여러분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가정에서 자란 저는 부모님의 자랑이 되겠다는 마음이 동력이 되었습니다. 별 거 아닌 행동에도 착하다고 하시고, 별 거 아닌 성적에도 기특해하신 부모님의 든든한 칭찬이 없었다면 대입의 터널을 어찌 나왔을까 싶습니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신 부모님의 눈에는 제가 기특했겠지요. 그에 반해 고학력 양육자들의 경우 내 아이가 마냥 못마땅합니다. 잘한다고 하는 분야도 다소 부족한 듯 보이고, 부족하다고 하는 분야는 그야말로 절망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못마땅함이 아이에게는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이는 직관적으로 압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아이가 아니구나.'라고요. 부디, 그 자체로 감사하게 받아들여 주세요. 국영수를 혼내며 가르치지 마시고, 바른 시민으로 자라도록 타인과 어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눈에서 못마땅함 가득한 레이저를 쏘며 아이에게 덧셈을 가르치기보다는, 안 되는 받아 올림을 그래도 한 번 해보겠다고 가열차게 덤비는 아이로 길러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해마다 그분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저의 양육방식 중 어디가 문제인지 한 해 한 해 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반성하며 바꾸어 갔고, 그 과정이 나의 부모역할에 꽤나 성공적인 벤치마킹이었습니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두 아이는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그리느라 바빠졌습니다. 고군분투 끝에 원하던 고교에 진학해 둘 다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에게는 '퇴근 후 자유'라는 보너스가 주어졌습니다.


늘 쓰고 싶던 글을 쓰려면 바로 지금이다 싶어 익명을 방패삼아 하나씩 글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아이 키우는 일에서 방향을 잃은 누군가에게 변화의 용기를 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다음 글에는 유니콘 양육자가 아닌 반대쪽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벤치마킹 전의 제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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