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chemion
Nov 21. 2024
신발의 철학
01. 현대의 신발은 신경 시스템의 퇴화를 유발한다.
일상 속에 너무나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서 그 존재의 의구심을 품지 못하는 일들을 마주할 때, 우리들은 처음에 그 사실에 대해 저항감을 보인다. 낯설고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을 가져다주는 것은 배척되기 마련이며, 설령 그것이 결과적으로 나에게 이로움을 가져다준다고 할지라도 우리들은 쉽사리 자기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 한다.
나 또한 이러한 의구심에 따르는 저항감을 겪어왔고, 과정 속에서 수없이 많은 좌절과 회의감에 빠지는 일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처음에 찾아오는 저항감이 조금씩 고통의 지푸라기와 함께 불살라지고 나면, 이윽고 어떠한 번뜩이는 앎이 전해진다. 그 앎의 전달은 외부 매체의 정보 전달 형태의 것이 될 수도 있고, 실질적으로 삶 속에서 어떠한 직관적 변화가 찾아오는 형태의 것이기도 하다. 변화가 어떠한 형태로 나에게 전해지든 간에, 그 변화는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것이고,
단지 신발만 바꾸었을 뿐인데... 신발이 나의 삶을 바꾼 것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의 신발들은 낮든 높든 고무 깔창을 밑바닥에 품고 있다. 고무 깔창은 아스팔트 바닥의 딱딱함으로부터 충격을 흡수해 줄 뿐만 아니라 키를 높여주는 효과까지 있다. 그래서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고무깔창의 높이를 기존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변경해서 착용하기도 한다. 현대의 신발은 더군다나 대개 발가락이 움직일 수 없도록 설계된 신발이 대다수다. 신발의 앞부분이 넓으면, 외관상 보기에도 뭔가 펑퍼짐해 보이고 미적인 측면이 살아나지 않는다. 발가락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발가락을 옴짝달싹 못하게 조여놔야 무언가 날렵해 보이고, 민첩해 보이는 형태의 신발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러한 신발의 형태가 우리 건강의 전반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당연한 사실들에 의구심을 품지 않기 때문에 신발의 형태가 가져다주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무지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악영향이 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발과 이어져 있는 반사구 신경들은 우리 몸의 모든 장기와 기관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 매번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몇십 킬로에 이르는 체중을 견디는 발바닥은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발의 위상은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더 나아가서는 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마음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친다. 심신의 건강에 두루 관여하는 발에 대해서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은 그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 발이 갖고 있는 잠재력에 대해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