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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Aug 08. 2024

방심은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어서와 방심은 처음이지?

 출근하면 의자에 앉자마자 중요한 업무를 체크한다. 처리한 일은 취소선을 그어놓고, 해야 할 일은 적어놓는다. 취소선을 그어 놓은 업무는 머릿속에서 잊는 편이다. 짐을 하나라도 내려놓고 싶어서. 쌓여있던 짐이 하나 씩 사라질 때마다 평온함이 찾아온다.


평온했던 시간이 무너지고 있는 줄 모르고,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찾아왔고, 칼퇴를 하기 위해 퇴근 준비를 하려던 찰나. 알림이 울린다.


'위이잉, 위이잉'


확인해 보니 메일 알림이다. 화면을 터치하여 열어 봤다.

놓친 기획안 관련 내용이었다. 제출 마감일은 지난 주 금요일...

'헉' 소리가 절로 났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머릿속이 하얘지기 시작했고, 손바닥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왜 확인을 못했을까?‘

'한 번 더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는데 왜 안 했을까...'

방심이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혼자 끙끙 앓으며 고민해 봤자 해결책이 나올 리 없었다. 이미 지나간 일. 어찌 됐든 내가 놓친 일이니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 보낸 지 5분도 채 안 돼서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방금 기획서 주신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특별한 지연 사유가 있으신가요?"

"담당자님 안녕하세요. 제가 제때 확인을 못해 기획서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염치없지만 가능하다면 검토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메일 답장이 올 때까지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배고픔은 사라지고, 퇴근해야 한다는 생각도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위이잉, 위이잉'


알람이 울리자 합격 발표를 기다리던 수험생 때로 돌아가 눈을 감았다.


'제발, 제발...'


메일을 열어 확인해 봤다. 검토해 보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다행이었다.

긴장이 풀리니 사라졌던 배고픔이 다시 찾아왔고, 피곤함은 곱절로 몰려왔다.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던가.'

집에 가는 내내 머릿속에서 이 말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 번 더 확인 해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일했다.

어찌 보면 자만이 불러온 결과물이다. 긴장감과 평온함이 적절히 섞여 있어야 하는데, 취소선을 그으면서 긴장감이란 단어도 그어버렸나 보다. 앞만 보고 가는 것도 좋긴 하지만, 가끔은 흘린 짐이 있는지 돌아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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