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안한 출발
이번 여름
난 처음으로 남편과 단 둘이 여행을 떠났다.
전에도 남편과 간 적이 있었지만 그땐 우리 딸과 셋이 여행할 때였다. 셋이 여행하면 둘 사이가 안 좋을 때 다른 한명이 조정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온전히 남편 단 둘이 가는 것이다.
지난번 튀르키예 여행 때 한 번의 위기가 있었기에 난 이번 여행에 임하는 자세가 달랐다. 그때 사소한 이유로 내가 신경질을 내는 바람에 남편이 화가 나서 저녁 야경투어를 망쳤었다. 딸이 옆에서 그만하라고 할 때 멈췄어야 했다.
그때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변명을 하자면..
그 여행에 딸과 온 중년의 여인이 있었는데..남편은 곧잘 그 여인을 도와 주었고..특히 열기구 탈 때 그 여인의 손을 잡아주었다. 다른 남자들도 많았는데..왜 남편이 그 여자의 손을 잡아주냔 말이다. 난 의부증도 없고 남편에 대한 질투도 느껴본 적이 없는데 그토록 불쾌한 감정은 처음이었다.
이번엔 소중한 비용과 나의 휴가, 그리고 긴 비행시간을 들인 만큼 싸우지 말고 재미난 여행을 하리라 다짐했다.
출발 전, 난 남편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입맛 까다로운 남편을 위해 통조림 김치, 라면, 햇반, 그리고 예민한 장을 가진 남편의 장트러블에 대비한 죽과 누룽지도 챙겼다. 그리고 여행팁을 주며 여행 전 준비를 돕기도 했다.
문제는 비행기 출발 48시간 전 열리는 오토체크인에서 시작됐다. 좋은 좌석을 선택하기 위해 우리는 유명 가수 콘서트 티켓팅을 하듯이 48전에 타이머를 맞추고 기다리고 있었다.
10,9,8,7,6,5,4,3,2,1
땡!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린 제시간에 맞춰 항공사에 로그인했는데 좌석이 거의 없는 것이다. 특히 불편한 안쪽 좌석 대신 통로쪽 좌석을 선택하기로 했는데.. 통로 좌석은 선택할 수 없는 좌석으로 표시되었다. 남편은 짜증을 내며
"어떻게 통로 쪽 좌석이 없을 수 있지? 여행 온 사람들 다 그 사이에 예약한 게 말이 돼?"
불평을 늘어놓았다. 난 남편을 달래며 출발 당일 날 가서 해결해 보자고 했다.
그즈음 난 우연히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내가 모닝캄 회원임을 알았다. (모닝캄회원은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회원 중 혜택을 주는 특별한 회원이다 ) 이 특별한 회원은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동반1인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무료 라운지 이용은 체크인으로 불편해진 남편의 마음에 위안을 주어서 불만을 그나마 잠재울 수 있었다.
다행히 출발당일 수하물을 부치며 통로쪽 좌석으로 변경할 수 있었고 기분 좋게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었다.
아직은 순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