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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Jul 27. 2024

손발을 잘라내야 니가 살아!

기억의 습작1

“숨쉬면 안돼~ 이불에 대고 이렇게 입으로만 숨쉬어!”

엄마가 나지막 우리에게 말했다.

아빠가 연탄가스 마시고 다 뒈져버리자며 양은 세숫대야에 연탄2장을 쌓아

방 한가운데 떡~하니 놔둔 밤이었다.




소심한 아빠는 하던 박스공장이 망하자, 점점 술에 의지하게 됐고 하루가 멀다하고 엄마와 싸웠다

그리고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을 나에게만 풀었다. 폭력으로...


손에 잡히는 그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어느 날은 빗자루, 어느 날은 연탄집게..

우리집은 딸이 3명였는데

언니는..언니라서..막내는 너무 어려서...

그 적절한 기준에 내가 딱! 안성맞춤이었나보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연탄가스 냄새를 못견뎠던 아빠는 벌떡 일어나더니

양은 세숫대야를 문밖으로 던져버렸다.


.

.

진짜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다

아빠가 술을 먹고 귀가하는 날은 어김없이

매질이 기다렸기에

나는 어둑어둑해지면 늘 마을 어귀에 앉아

아빠가 비틀거리며 걸어오는지. 아니면 똑바로 걸어오는지

지켜봐야했다.

비틀거리며 걸어오면 옆집으로 재빠르게 도망쳐

아빠가 잠들때까지 벽에 귀를 대고서

몇 시간이고 꼼짝않고 있었다.

조용해져야 집으로 들어갈수 있으니...

그때 내 나이 7세..

.

.

엄마도 밥 먹듯이 집을 나갔다.

그러면 아빠는 엄마를 찾아온다며 또 나갔다...

우리 셋은 밥을 밥먹듯이 굶었다.


아이러니하게 우리 아빠는 다른거는 다 못해도 사람찾아내는 데는  수준급였나보다

여지없이 엄마는 아빠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왔으니까..


한번은 하도 오만에 엄마가 집에 돌아오니

막내가 엄마 얼굴도 몰라보더라...


초등학교 입학 때도 엄마는 없었던 것 같다.

준비물은 커녕 숙제도 해오니 매일 혼나고 또 매일 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공동 작업이 있어 아빠가 일하러 나간 날..

엄마가 책가방을 챙기라고 했다. 도망가자며...


007작전이 이렇게나 손에 땀을 쥐었을까..

아빠한테 잡히면 이번엔 진짜 죽을것만 같아

나는 애써 싸놓은 책가방도 내팽겨치고

엄마와 동생 손을 잡고 정신없이 뒷산을 넘어 도망쳤다.


아니..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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