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왜 했나를 생각해 보았다.
나만의 콤플렉스였던 걸 극복하고 싶었다.
샌드허스트 대회에서 쓰러져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것.
'나 이렇게 약하지 않은데'를 확인하고 싶었다.
이건 사실 체력적인 도전(?)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한테는.
왜냐하면 못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뛰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걷기만 하는 거잖아
사실 그냥 나의 위로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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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영상을 찍었다.
그냥 내 도전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유튜브를 위해서는 절대 아니었고.
그냥, 오직 나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난 편집 초짜였기에 보름동안 편집만 했다.
2026년 1월 기준으로, 21만 회를 찍었다.
이렇게 뜰 줄 몰랐다.
지인들의 알고리즘에도 침투해 버렸다.
콘텐츠적으로 좀 이쉽긴 하다.
지금 만들면 쇼츠는 좀 더 잘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땡볕에 다시 하고 싶진 않다.
날 좋을 때, 사람들이랑 같이 한 번 더 하는 건 좋을 것 같다!
애초에 이 영상을 찍기 위해 간 게 아니다 보니까,
어떻게 찍어야지, 어떻게 레퍼런스를 갖고 가야지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국토대장정 영상 본 건 한두 개가 다다.
그래서 하루 결산으로 걸음 수 인증도 안 했다.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도 하고,
그냥 힘들었음.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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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영상을 올리고 두 달가량이 지나,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는 장문의 디엠이 왔다.
근데 내가 하나하나 다 친절하게 답변해 드렸고,
건강 앱에 자동으로 기록된 걸음수까지 보여드렸다.
사실 그분은 내 영상을 보고 국토종주를 따라서 갔다가
'이걸 일주일 만에 하는 건 구라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근데 대단한 건 그분은 8일 만에 완주하셨다.
솔직히 일반 성인 남성이 어떤 동기도 없이 그것도 혼자 8일 만에 하는 건 진짜 쉽지 않다.
하루에 50km씩은 가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다음번에 내가 또 미친 도전할 때 부르겠다고,
같이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렇게 화해함(?)!!
이거 보고 계실 진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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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60km 걸어도 살은 많이 안 빠졌다. 1~2kg 정도 빠진 듯.
몸무게도 잘 안 재서, 그냥 눈바디 상으로.
단 거 개많이 먹었다.
국토대장정 하는 거 알게 된 내 친구들이 편의점 기프티콘을 엄청 보내줘서
지나가다 보이는 편의점에서 과자랑 단 거 엄청 사 먹었다.
살이 잘 안 빠지는 체질이 아니라 그냥 그만큼 먹는 거다..^^
(심지어 순례길 다녀와서는 3kg 쪘음)
신체적인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정신적인 변화는 있었다.
사실 정말 힘들 때 갔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을 때쯤.
근데 모르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고, 힘을 받으니까
부정적인 감정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세상이 아직 따뜻하구나,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고
나도 그에 맞춰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됐다.
에어컨이 아닌 그늘만으로도 행복했고,
주변의 작은 손길이 엄청 크게 느껴졌고,
이렇게 걷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과자들을 마음껏 먹어도 죄책감이 들지 않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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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타다 못해 익었다. 껍질이 벗겨졌다.
햇빛 알레르기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처음엔 풀독인 줄 알았던 울긋불긋한 것들이,
알고 보니 햇빛 알레르기였다.
하긴 그 땡볕에 12시간씩 밖에 있으면, 그럴 수 있지.
관절이 안 좋진 않았다. 원래 튼튼함.
그래서 국토대장정이 끝난 바로 다음 날에도,
본가에 가서 러닝 했다 ㅎㅎ
근데... 관절은 안 아팠는데...
발바닥이 진짜 아팠다. 특히 뒤꿈치
뒤꿈치 전체가 물집이었다.
물집 난 곳 밑에 또 물집이 나고, 굳은살 밑에도 물집이 나고.
물집을 신경 쓰면서 걸으면 오히려 더 아파서
나는 최대한 신경 안 쓰고 걸어서 고통에 적응하는 편을 택했다.
걸으며 생긴 물집이라 뛰면 오히려 안 아팠다.
발이 닿이는 곳이 다르니까!
뭐 이 정도면 건강하게 돌아온 거지.
튼튼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매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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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국토대장정 콘텐츠의 마지막 글이다.
이 글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