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까지, 7일 차

by 라원

7일 차, 밀양에서 부산까지의 여정이다.


마지막 날이다.

그래도 힘이 났다.

진짜 이것만 걸으면 된다.


동시에 힘이 빠졌다.

이게 맞나? 해뜨기 전에 나왔는데도 더웠다.


밀양에서 양산까지는 낙동강을 따라서 쭉 가야 된다.

근데 카메라도 꺼지고, 폰도 충전을 덜 시키고 자고

그래서 그냥 간신히 노래만 들으면서 걸었다. 아니, 뛰었다.


그리고 찍을 힘도 없었음

생각보다 내가 약하구나.. 싶었다.


갈수록 여유가 없다.


18km 정도를 걸어서 스벅에 도착했다.

바질토마토 베이글.

지금 이 글을 적는 시점인 2025년 끝무렵에는

저게 내 최애 스벅 푸드가 됐다.


진짜 맛있다!!


여하튼 스벅에서 밥 먹고 다시 출발해서 양산을 벗어났고,

어느새 부산광역시 입구에 도착했다.

저걸 보는데.... 진짜 다 끝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산을 하나 넘어야 했다.

근데 저게 산인줄 몰랐다.

가는 거리가 길다 보니 배율을 작게 해서 봤다.

그래서 고도를 보지 못했다.


그냥 언덕 하나정도 오르면 되는 줄 알고... 계속 걸었다.

그래도 가다 보니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나오신 분들께도 받고,


가다가 목말라서 물 뜨러 들어간 식당 아주머니께서는

탐스도 주셨다..!! ㅠㅠ


진짜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탄산 잘 안 마시는데,

국토대장정 간 마신 탄산은 진짜 꿀맛이었다.


금정산을 올라 잠시 앉아 쉬었다.

밝아 보이지만 진짜 힘들었다.


그냥 언덕인 줄 알고 올랐다가 탈탈 털렸다..ㅎㅎ

금정산을 내려오니 바로 부산의 동래구였다.

진짜 이제 내가 아는 부산이다.

완전 도시였다.


이전까지는 정말 촌같았는데,

드디어 도시 같아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바로 GS편의점도 들러서

팔로워분께 받은 기프티콘으로 포카리도 마셨다.

걷고 있는데 갑자기 다리가 찌릿찌릿해서 내려다보니

빨간 게 엄청 올라왔다.


처음에 다리가 저렇게 됐을 때는,

풀에 앉았던 직후여서 풀독 올랐나 보다 했는데


오늘은 풀에 앉은 적도, 닿은 적도 없는데 저렇게 됐다.


알고 보니 햇빛 알레르기였다....


산 하나를 넘어 계속 걸어갔다.

정말 지쳤다.

쓰러질 것 같았다.


왜냐하면 해는 이제 중천에 떴고,

물은 금정산에서 이미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로 광안리까지 걸어갔다.


중간에 편의점도 많았고, 쉬려면 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이 갈증을 참고 광안리까지 가서 맥주를 시원하게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광안리까지 3km가 남은 시점에 진짜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아서 일단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밥은 도착해서 먹을 생각이었어서,

물 마시고 잠시 앉아있다가 가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흔쾌히 들어오라고 하셨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인 15시에 들어갔는데

할머님 한 분과 어머님 네 분이 나를 반겨주셨다.


알고 보니 엄마와 딸 사이었다!


할머님께서 나를 보시고 안쓰러우셨는지 먹고 가라고 하셨다.

몇 번이고 거절했지만,

내가 안 먹고 있으니 할머님께서 밥이 안 넘어가신다고 먹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어떻게 처음 본 사람한테 이렇게 밥상까지 차려주실 수 있지. 너무 감사했다.

반찬들도 다 너무 맛있었다.


원래도 순두부찌개를 좋아해서 자주 먹는데

이건 진짜 진짜 진짜 진짜 맛있었다.


부산 내려가면 또 가야겠다.


진짜 너무 감사했습니다.. 거의 손녀였다.



덕분에 남은 3km는 힘차게 갈 수 있었다.

다시 정신 차리고 걸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광안리에 도착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라고 적고 싶지만, 도착했을 때 그 순간은 그냥 빨리 씻고 쉬고 싶었다.

끝났다는 즐거움보다는, 너무 더웠다. 시원한 데 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모래사장을 맨발로 밟았는데,

진짜 미친 뜨거움이었다.

발바닥에 화상 입는 줄 알았다.


그래서 한 파라솔에 피신해 있었는데


저 멀리 어머님 아버님께서 드시는 맥주가 너무 맛있어 보였다.

아 맞다.. 맥주 사 오는 거 깜빡했다... 시원하겠다...

이런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시선고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이쪽으로 와보라고 하시며 물과 맥주를 건네주셨다.


아니 어떻게 아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절하지 않고 받고 합석했다.

국토대장정 했다고 하니 다들 엄청 놀라시며 수고했다며 엄청난 호응을 해주셨다.


그리고 맥주와 치킨도 같이 먹었다.

도착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맥주 마시니까 끝난 게 실감이 되며 너무 행복했다.

그런 행복에 젖어 맥주를 마시는데 내 뒤로 블랙이글스가 지나갔다.

못 참고 입수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부터 훈련을 시작한 거였다.

어떻게 이러지!! 완전 나를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정말 특별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쇼였다.

그 자리에 계시던 어머님들과 같이 사진도 찍고,

나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숙소에 들어갔다.


씻고 나와서 나 홀로 낭만을 즐겼다.


원래 맥주 별로 안 좋아한다.

근데 이 날은 맥주 참을 수 없었음.


7일 차를 무사히 끝마치고

바로 뻗었다.

도미토리에서 잤는데 무슨 5성급 호텔에서 자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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