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차

산토도밍고-벨로라도(23km)

by 라원

아침부터 비가 왔다.

처음에는 방수되는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우비 안 입으려고 했지만,,

그냥 맞기에는 빗방울이 너무 굵어서 빠르게 다시 들어가 우비를 입고 나왔다.


내게는 이런 날씨가 이벤트처럼 다가왔다.

이 날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내 기억에 남는 날이 되었을까?


항상 불평하기 전에 한 치 앞을 내다보고 이게 어떤 점으로 남을 지는 내 태도에 달려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가다가 한 카페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라테만 시켰는데 같이 앉은 분이 뺑오쇼콜라 시키셨길래 나도 하나 먹었다!

오늘도 마주친 해바라기 밭!

저렇게 표정을 그려놓는 사람들 덕분에 보는 재미도 있었다.


너무나도 귀여운 스마일 :)

걷다 보면 아주 다양한 조개모양들을 보게 된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순례길에서 조개와 함께 찍은 내 발 사진들이 너무 귀여워 보인다.

저렇게 찍은 사진들이 컬렉션으로 있으니까 더 귀여운 것 같기도,,!



오늘의 대부분 길은 정섭 씨와 같이 걸었다.


정섭 씨는 정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여유로움이 어른스럽다고 느껴졌고,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것 같아 정말 인간으로서 본받고 싶다고 느꼈다.



같이 수다 떨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예약한 알베르게의 체크인 시간이 좀 늦어서 그전까지 바에서 시간을 보냈다.

근데 진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위 사진의 타파스 먹고도 토르티야까지 하나 더 먹음


그냥 진짜 많이 먹는 사람이다 난.

수영장이 딸린 알베르게였다.


처음에는 그냥 신나서 수영장에 들어갔다.

날씨가 비 온 후여서 쌀쌀하고 흐렸지만, 머리보다는 마음을 따라 들어갔다.


솔직히 이 날씨에 누가 수영하러 오겠어 생각했지만,

나 말고도 두 명이 더 왔다.


그중 한 명이랑 꽤 친해졌다.


중국인 친구였고, 사교성이 엄청 좋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는데 정말 학창 시절 반에 한 명쯤 있는 인싸 관종 느낌이었다ㅋㅋㅋㅋ


순례길을 끝마친 지 한 달 반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컨텍하고 있는 친구 중 한 명이다.

저녁은 근처 레스토랑에서 정섭 씨랑 같이 먹었다.

순례자 메뉴를 시켜서 레드빈 수프, 코드 피시, 치즈케이크

이렇게 세 접시를 먹었는데,

보기보다(?) 레드빈 수프는 맛있었고, 코드피시는 양이 많았다.

치즈케이크는 맛없없이 긴 함.


순례자 메뉴가 보통 15유로 정도 하는데,

이게 화폐 단위가 달라서 싸게 느껴지지만 한화로 약 2만 5천 원 정도 하는 셈이었다.

그래도 돈 신경 안 쓰고 내가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기자는 생각이 강해서 일단 다 먹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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