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헤라-산토도밍고(21km)
오늘도 출발했다.
오늘은 생장에서 같이 출발했던 부부 언니 오빠와 함께 동행한 날이다.
그냥 연 곳을 들어가서 먹었는데 진짜 맛있는 토르티야였다.
맛없는 토르티야 = 너무 뻑뻑하거나 식은 거
맛있는 토르티야 = 안은 촉촉하고 따듯함
한국에서도 만들어 먹어야지!
평소의 나는 결혼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고,
있다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그 후의 문제였다.
"결혼 =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포기"로 다가왔었는데,
두 분을 보고 내가 너무 편협하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두 분은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그건 바로 러닝이었다.
하루에 30km씩 걷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두 분은 러닝을 같이 하러 나갔다.
내가 아는 부부의 개념보다는, 단짝친구 같았다.
평생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단짝 친구!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됨은 내가 생각한 것만큼 내 어깨를 누르는 일이, 그리고 정라원이라는 한 사람의 앞 길에 짐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저 두 분을 보며 깨달았다.
가다 보면 해바라기 밭이 많다.
다 시들어 있어서 살짝의 섬뜩함? 도 들었고,
저것들이 다 피어있다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도 하면서 이 길을 걸었다.
누군가가 해바라기에 얼굴 표정을 그려놓기도 하고...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밭이었지만 다 다르게 느껴졌다.
여기는 개들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는다.
저렇게 큰 게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개들의 성격이 대체적으로 다 온화하고 여유롭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속에서 살면서, 매일 저렇게 자유롭게 산책하고, 어떤 제약도 없어 보이는 자유로운 영혼들같이 보인다.
통제나 억압당한 개들보다는 당연히 여유롭고 남에게 관심도 없는 듯하다.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자유롭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자.
오늘은 끝없이 이런 길이 펼쳐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냥 즐거웠고 행복했다.
산토 도밍고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내 기준 여기 알베르게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일단 식사할 수 있는 공간과 주방이 꽤나 넓다.
침실도 쾌적한 편이었고.
공립에서 딱히 퀄리티를 기대하진 않지만 여긴 꽤 좋았다!
오후에는 의종이 아버님이랑 장 봐서 삼겹살 구워 먹었다.
의종이랑 아버님은 어제 야간 행군으로 50km를 걸어서 산토 도밍고에 도착하셨다.
길에서 뵙고 진짜 깜짝 놀랐다.
분명히 하루 뒤에 오셔야 하는데, 왜 내 앞에 계시지...??
어쨌든 그 때문에 피곤해서인지 의종이는 먹지도 않고 자러 들어갔고,
아버님과 둘이 삼겹살과 황탯국을 끓여 먹었다.
다음에 올 때는 나도 이런 간편식(like 황탯국)을 좀 챙겨 와야겠다.
덕분에 많이 덕 봤습니다 ㅎㅎ
마지막으로는 마트에 파는 수박 다 같이 나눠먹고 하루를 끝냈다.
여기 과일은 정말 뭘 먹어도 다 맛있다.
길 가다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들 조차도 다 맛있다.
여기서 살면 과당 너무 많이 먹어서 살 엄청 찔 것 같다.. ㅎㅎ!!
8일 차도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