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괜찮으세요?
주말에 둘째 아이와 함께 1시간 거리의 숲학교에 다녀왔다. 이상하게도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아 허벅지를 꼬집었다. 졸음운전은 절대 안 될 일이다. 그것도 아이를 태우고 말이다. 졸리지 않은데 졸고 있는 것 같고, 집중한 상태라 믿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산만했다. 하지만 항우울제를 복용한 건 지난밤이었고, 운전은 다음날 오후에 했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 믿었다.
그러다 잠깐 졸았나 보다. 앞차와 추돌하기 일보 직전에 가까스로 차를 멈춰 세웠다. 아이가 놀랐다. 엄마 괜찮냐고 묻는 아이의 눈에 놀라움과 불안감이 가득했다. 이런, 미안해. 엄마가 잠깐 졸았나 봐. 너무 미안해.
항우울제, 기타 약물 중 트라조돈, 미르타자핀은 졸음, 주의력과 집중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복용 후 운전이나 위험한 기계조작은 하지 않도록 합니다. - 출처 : 약학정보원
사실 매일 출퇴근을 남편과 함께 하고 있어 운전할 일이 많지는 않다. 처음엔 하루 두 번 복용하던 항우울제, 항불안제는 취침 전 한 번으로 줄어든 지 오래다. 그나마 가끔 잠에 취해 약을 못 먹고 자는 경우도 있다. 운전이 능숙하진 않아도, 6개월간 둘째 아이와 강원도 인제살이를 했으니 예전보다야 나을 테다.
그런데도 졸음운전을 하다니. 운전하면서 산만하게 딴생각을 하다니. 아이에게도 미안하고 나 자신에게도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예 운전을 안 하고 살 수 있으려나. 운전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고 즐겼는데 속이 상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절대 술을 안 마시고 있다. 졸음운전을 하지 않으려면 차내 환기를 자주 하고, 동승자와 자주 대화하며 과식과 과음을 주의하라던데 난 약이 문제다. 당분간 가급적 장거리 운전은 피해야겠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욱 그래야겠다. 졸음을 쫓는 껌이나 사탕도 준비해 두고, 가까운 곳에 가더라도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약을 먹든 안 먹든 졸음운전은 절대 안 되니 말이다.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할지 막막해진다. 하지만 이 길의 끝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