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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Nov 07. 2024

한라산 둘레길

   입동이다. 겨울의 첫날답게 싸늘해진 공기가 신선하다. 숲길을 걷고 있다. 낙엽 마른 향기와 소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머릿속까지 맑게 한다. 가파른 계단을 십여 분 오른다. 숨이 차고 대퇴부가 긴다. 오를수록 아래가 멀어진다. 창공에 가까운 수목들이 하늘을 이고 있다. 힘들겠다. 희끗희끗 멀치감치 따르는 계곡 바위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잠시 잊었다 이명을. 내게만 들리던 사이렌 소리가 낙엽 밟는 소리에 묻혔다. 오후 햇살이 단풍 든 잎새 사이로 내릴 때 시간을 헤아려 보았다. 건천에 이끼 낀 돌들은 흘러가버린 물들을 기억 한다. 패인 바위에 고인 작은 물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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