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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Aug 21. 2024

이것저것 할 줄 아는 사람

제대로 하는 건 없다

  정원마켓에 나무 사러 온 중년의 여성 손님들이다. 한 사람은 나무들과 꽃들이 많다며 감탄하고 다른 사람은 정원을 말없이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 많은 나무들을 어떻게 관리하세요?”

  “좋아서 하는 거지요”

  “직접 다 하신 거예요?”

  “네 제가 장비도 다루고 나무도 심고 이것저것 합니다”  

  “그래요?” (순간 비릿한 눈빛이 반짝였다)

  “제대로 하는 건 없겠네요”

  “하하하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아차 가시나무다. 조금 방심했다.)

  

  얼굴에 중력의 영향을 숨길 수 없는 초로의 여자다. 자신이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부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상대의 급소를 찌른 듯 사뭇 의기양양한 미소를 입가에 흘렸다. 호탕하게 웃기는 했으나 대화를 이어갈 생각은 사라졌다. 이만 마무리 하고 할 일을 하는 게 상책이다. 질투심을 깔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냉소적인 말투는 관계를 힘들게 한다. 가까이 해봐야 좋지 않은 감정이 남을 뿐이다. 그런 존재는 내 안에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낮은 자존감의 틈을 노리는 하나로도 벅차다. 그놈은 분명 천사는아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전문적인 실력을 갖춰야 하지만 나는 어중간한 실력으로 이것저것 하는 성향이다. 빼어나게 잘하는 일도 없지만 못하는 일도 없는 사람. 그러니 어떤 일이든 중급정도까지는 가지만 아주 고급진 능력자에 이르지 못하는가 보다. 뼈 때리는 말에 뜨끔한 날이다.


 근데 저 두 사람은 어떻게 친구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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