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흔적
어쩌다 들린 곳. 잦은 비에 이끼가 짙다. 아직 남은 푸름이 기운 햇살을 붙든다. 인적 넘어 작은 돌담이 있었다. 나무들 아래 희미한 기억을 간직한 돌들이 있다. 흩어지지 않으려, 무너지지 않으려 서로를 붙들고 있다. 수없이 쏟아져 흐르던 빗물에도 함께였다. 삶의 경계를 넘은, 아득한 손길이 중력을 거스르던 순간을 추억한다. 파랗거나 잿빛이거나, 숲의 씨앗들이 움트는 초원이었다. 노루들이, 꿩들이 오후를 깨우는 그날에 말없이 지킨 자리다.
잊힌 새들이 주위를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