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뭐든지 흐드러지게 많은 시대로 먹을 것도 남아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마트에 가면 없는 재료가 없다. 이제 나이가 들어 한여름 장마가 끝나갈 때면
엄마의 생각나는 음식 중 그 재료를 찾으려해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있다.
고향 마을 한우물(경북 문경 농암면의 마을)에서는 장마철이면 엄마와 동네 사람들은 마을의 깊은 산속에 싸리버섯을 따기 위해서 갔었다.
축축하고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한 장마철 여름 학교를 갔다 오면 우리 집 마루에 싸리버섯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히 쌓여 있었다. 싸리버섯은 독을 품고 있어서 엄마는 그중에서 좀 상했다든지 물을 너무 많이 품고 있었던 것들은 선별해서 버리기도 했는데 하교 후에 써리버섯 선별작업을 도와 드리곤 했다..
싸리버섯은 싸리비 모양으로 살은 흰색으로 차 있고 육질은 잘 어스러지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선별해 삶아서 햇볕에 잘 말려서 나중에 볶아 먹으면 쫄깃한 식감이 났다.
싸리버섯을 따온 날은 틀림없이 저녁 반찬으로 밀가루를 풀어서 걸쭉하게 끊인 싸리버섯국이 올라왔다.
장마철 뜨끈한 국 한 그릇은 축축한 장마철 습한 기운을 다 물리쳐 주었다. 그 싸리버섯국을 먹고 나면 정말로 장마 철이 끝이 나고 날씨가 뽀송뽀송해졌다. 어린 시절에 싸리버섯국을 먹고 나이가 드니 장마철이 끝나갈 무렵 엄마가 끓혀주신 싸리버섯국이 먹고 싶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파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남편에게 다니다가 싸리버섯이 있으면 사와 달라고 부탁했지만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엄마가 따서 해 주신 것을 끝으로 그 후로는 맛본 적이 없다.
화가 중에는 생전에 주목을 받지 못하고, 죽고 나서 그림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구입하기가 무척 어려워지는 예가 얼마든지 있다. 엄마의 허여멀겋한 그 국 한 그릇이 이제는 나에게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올라 한 번 보기도 어려운 명작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