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 독후감을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선생님께서 책을 읽고 자신의 감상을 쓰는 숙제를 많이 내주시더라고요. 독서를 하며 들었던 생각을 온전히 나의 말로 써 내려가는 것에 대한 기쁨과 즐거움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책을 통해 '사색'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초등학생이었던 저에게 창가에 고독하게 앉아 골똘히 자신만의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의 묘사가 되게 있어 보이고 멋져 보였던 거죠. 그래서 그 후로 독후감에나 일기장에나 글을 쓸 때에 '나는 사색을 좋아한다.' 따위의 문장을 자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이렇게 어려운 어휘도 알고 있다고 뽐내면서 허세 부리고 싶은 어린 마음에서였습니다. 그 글을 읽었던 선생님들은 얼마나 웃겼을까요? 고작 12살짜리가 사색을 좋아한다니... 참 어이없으면서도 귀엽게 느껴졌겠어요.
그런데 크면서 보니 어린 제가 썼던 '나는 사색을 좋아한다.'는 표현은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하여 실제로 좋아하게 된 것인지, 어린 시절에도 나의 성향이 사색을 좋아하는 성향이었는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혼자 걷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글 쓰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더라고요. 저희 남편은 혼자 있는 시간은 너무 외롭고 견딜 수 없다고 늘 말하는 걸 보면 사색이 어떤 이에게는 썩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소개된 '사색'이라는 시는 홀로 길을 걸으며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에 관한내용을 담은 시입니다.해는 쨍쨍한데 여우비가 오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잠잠히 숲길을 산책하다 보니 평소에는 떠올리지 못했던 여러 기억들과 감정들이 떠올랐어요. 저는 이 날 허리가 아프기 전에는 종종 만났던 먼 곳에 사는 친구들의 얼굴과 버럭 하며 아이에게 화를 냈던 어제의 모자란 저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이렇게 작은 것에 흔들리고 감정적인 나의 연약함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생각들을 곱씹으며 차분히 걷다 보니 어느새 머릿속을 휘저었던 상념들과 해결되지 못했던 여러 감정들이 하나씩 정리되어 갔어요. 그 끝에는 '아, 그래도 지금 이 시간 내가 이렇게 걸을 수 있지. 이 여유로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자.' 하는 긍정적인 생각에 다 다르며 복잡했던 마음도 이내 평온해지고 충전된 상태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색을 한다고 항상 모든 고민과 생각이 다 정리되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평소의 생활공간에서 잠시 빠져나와서 나와 나의 상황, 나에게 일어난 일들에 관해서 잠잠히 성찰해 보는 시간을갖는 것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되돌아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많은 작가님들은 사색의 시간을 이미 충분히 갖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감을 찾고, 주제를 생각하고, 글의 내용을 구상하는 과정은 고독한 사색 그 자체이니까요.)
비움이 있어야 채움이 있다. 채움이 있어야 비움이 있다. 행복은 비움과 채움의 줄다리기이다.
어느 유명한 철학가가 말한 내용은 아니고 사실 제가 쓴 글입니다.^^삶이 배움과 과업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우리는 조금 비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가진 것을 조금 비워내고 덜어내어 틈이 생겼을 때 다시 다른 것들로 채워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적당한 여백이 있어야 채워진 그림이 아름답듯, 진정한 행복은 비움과 채움이 줄다리기를 하며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찾아오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지금 삶 속에서 채워진것이 너무 많아 마음이 복잡하신 분.한 주의 중간인 수요일 오늘, 잠시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 어떠신가요? 지금까지 마음의 속삭임이었습니다.
<독자님들께 드리는 글>
'마음의 속삭임'이라는 브런치 북을 읽어주시고 진심 어린 댓글을 달아주시어 감사했습니다. 오늘 올린 7화를 끝으로 이 브런치북은 갈무리하고, 다음 주 수요일부터는 새로운 브런치북'걸어야 사는 여자'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