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들 건강하신지요. 폭염에 무더웠던 8월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 9월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절기가 입추를 지나니 약간 더위가 사그라드는 것 같더니 내일이면 처서라고 하네요. 처서는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고 더위가 그친다는 의미라고 하니 야외에서 일하시느라 고생하셨분들의 노고가 덜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철학자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산책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칸트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시간을 알 정도여서 살아있는 시계라는 별명도 있더라고요. 저도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서 항상 비슷한 시간, 아파트 주변의 그늘길에서 여러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하곤 하는데요. 누군가 그 시간에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저를 본다면 '저 여자 오늘 또 여기 와서 걷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항상 비슷한 시간, 같은 장소에서 산책을 하다 보니 매일매일 작은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7월 중순까지는 조금은 더워도 걸을만했어요. 7월 말, 8월 초가 되니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이 습한 공기와 뜨거운 햇빛에 산책이 조금 힘들어졌습니다. 그런데 8월 5일 정도 되니 바람이 조금 달라졌어요. 습한 기운이 조금 사라지고 제법 선선하다 싶은 청량한 바람이 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쨍한 녹색빛이던 나뭇잎들 속에서 하나 둘 노란 잎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가을이 소리 없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구나 느껴졌습니다. 자연은 어찌 그렇게 자신이 할 일을 조용하고 차근차근히 잘하고 있는지. 계절에 맞게 이다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고 다 계획이 짜여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잘 변화하고 있더라고요.
그늘에선 벌써 초록 잎 속에서 노란 잎들이 보여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잎들도 있고요.
'자연스럽다'는 표현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데 이 표현 속에도 자연이 들어있더라고요. 자연스럽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다',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 이렇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자연은 순리에 맞고 그렇게 당연한 존재라, 인간이 그 속에서 함께 어울릴 때 편안함을 느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연 속에 있을 때 우리가 치유받고 회복되어, 사람들이 전원생활도 꿈꾸고 캠핑도 즐겨하는 것처럼요. 반대로 인간이 욕심으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 할 때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문제들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커다란 자연 속에서 인간은 작디작은 점과 같은 존재임을 깨달으며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릴 때에는 자연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풀과 꽃, 나무, 하늘, 땅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아이들은 그 자체로 빛이 나고 활기가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못 느끼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반짝임이 없어지니 주변의 아름다움도 크게 느낀다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생기가 없어져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아쉬우면서도,자연의 온전하고 그 찬란함을 느낄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은 이렇게 풍경과 꽃사진이 많지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하고픈 마음에서 일 것 같습니다.
어제 오전에 보니 철새들이 대형을 갖추어 따뜻한 나라로 이동해 가더라고요. 이제 곧 선선한 계절이오려나 봅니다. 수채풍경화처럼 여기저기노랗게, 붉게 물들어갈 가을의 모습들이 벌써 기대가 되네요. 독자님들도 지나가는 여름과 다가오는 가을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만끽하시는 시간들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속삭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