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꾸는 꿈이다. 유독 어려웠던 이번 겨울, 이 꿈은 몇 차례 반복되었다. 꿈 쏙 배경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자동차에 몸을 실은 나는 있는 힘껏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그러나 내 맘과 달리 자동차는 시속 20km를 겨우 넘는다. 엑셀은 동력 아니던가? 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지? 얼마나 세게 액셀을 밟았는지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근육은 경직된다. 내가 애쓰는 만큼 추진력이 따라붙지 않는 자동차가 야속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뜻대로 안 풀리는 운전대를 꽉 부여잡고 더 세게 밟는다. 세상이 원망스러워도.
언젠가는 꿈에 공상과학이 가미되었다. 이번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다. 높이 높이 훨훨 날아오르고 싶은데 낮은 곳에 머물러 있다. 두 다리는 더 단단해지고 날개의 그늘은 거대해질 거란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지만 그날이 언제 올지, 오기는 할는지 의심의 싹이 피어난다. 오락실에서 하는 게임처럼 레벨업을 슝슝하고 싶지만 적들은 얼마나 진화속도가 빠르던가. 지진부진한 나의 진도와는 비교 불가다. 나의 애씀은 그저 기본값이라는 양 비웃고 지나가는 것만 같다.
살아야 할 이유가 많다. 살면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런데 살기 싫을 때가 있다. 내 인생에 이것만은 없다며 호언장담하던 일들이 나의 현실이 된 그때부터였을까, 아니면 현실을 받아들이며 몇 곱절의 힘을 끌어올려서였을까. 어쨌든 끔찍한 이 감정의 맛을 보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감에 짓이겨져 버린 채로.
꽃길만 걷는 인생에 대한 환상은 진작에 내 마음의 오래된 작은 서랍에 넣어 두었건만, 빛이 새어 나와 눈길이 가는 것까지는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삶에 대한 의욕, 꿈꾸는 희망이겠지. ‘살고 싶지 않다’라는 말 앞에는 ‘이렇게’가 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느 기업의 대표인 언니의 말을 듣고 우스갯소리로라도 ‘망했다’라는 말은 입에 담지 않는다. “사업가가 망하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어쩌다 실수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이 불거져 나와 망했다는 생각이 비집고 올라올 때면 저 멀리 치워버린다. 대신 ‘어떻게 할까?’라는 방법적 모색을 한다.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땐, 어떻게 살고 싶은지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적어보면 된다. 업무 리스트를 적는 것 같이 투두리스트(to-do list)를 적는다. 그런데 업무용 리스트와 다른 점은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와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향한 투두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자각이 먼저다. 또다시 원점이냐고? 맞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다시 다 푸르고 채워야 하는 것과 같다. 원하던 일 하나를 완성했으면 다음 경로의 시작점에 서는 것과 같다.
버킷리스트를 품은 투두리스트에서 주의할 점이다. 감정 언어의 실체인 명사와 동사를 잡자. 감정 언어는 ‘행복하게’, ‘즐겁게’, ‘편안하게’, ‘흥미진진하게’는 수식어다. 두루뭉술하지만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욕구다. 그러면?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구상해야 한다. 내가 고심하여 선택한 무언가를 할 때 마음이 움직인다. 마음이 움직여 무언가를 행할 수도 있다. 몸이 먼저든 마음이 먼저든 우리의 감정을 변화의 흐름 속에 놓으려면 실행이 답이다. 생각하고 글로 적고 움직이자.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함’이 실체적 요소이다. 육하원칙이 생각나지 않는가? ‘언제’는 빠를수록 좋고, ‘어디서’는 현재 상황에 적합한 가능 범위를 고려하여 선택하자. 마지막, ‘왜’라는 질문이 궁극이다. 자신의 주체성과 가치관이 명확히 드러나므로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의 젓 걸음이 여기서 시작된다.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건?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는 건? 각 요소를 인지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존을 위한 경제적 일에, 견디지 못하는 일을 나의 한계점으로 설정하고 실행한다면 금상첨화다. 꿈과 비전은 ‘do’, 즉 ‘실행’에 방점을 두어야 하며, 이를 염두해 리스트를 만들어야 살맛 나지 않을까. 물론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 휘청거릴 것이며, 그렇게 된다고 하여 인생에 단맛만 보는 것은 아니다.
우환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 —맹자, 이루上
걱정이나 근심은 돌파구를 필요로 하므로 궁구 하기를 멈추지 않게 한다. 안락은 그 상태로 그저 좋아 머무르려 한다. 머무름이 오래되면 동력을 잃으며 침체되고 부패한다. “우환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는 맹자의 말은 고난을 관통해 살아남은 사람은 강해지고, 안락함 속에 빠져든 자는 쇠약해진다는 뜻이다. 실수투성이여도 괜찮다는 것, 잘못을 고치면 된다는 것, 어려워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실행하면 된다는 것, 그냥 될 때까지 하면 된다는 것,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 마음을 재설정하자. 실행에 의미를 부여하자. 이상이 큰 사람에게 불행과 우울감은 필시 따른다. 이 감정을 극복하며 레벨업할 때마다 나의 이상에 더 가까워진다. 이 공식을 기본으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자. 와중에 마음도 꼭 챙기자.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하면 주변 탐지기를 돌려 원하는 방향으로 키를 전환하자.
힘을 끌어올렸던 내 몸의 경험을 팔로우하며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구분하는 지혜를 갖추면 된다
꿈꾸던 현대판 동화는 산산조각 났어도
그 덕에 백지를 얻었으니 곱고 예쁘게 채워나가면 된다
오래된 서랍 속 희망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으니
갈고닦아 빛나는 빈티지 보석함으로 변신시켜 주면 된다
하면 된다
그저 해보면 된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중용』의 글귀처럼
“비록 어리석어도 반드시 밝아지며 비록 연약하더라도 반드시 강해진다”
믿음의 돌조각을 쌓아 올려 바위를 만들자
하고 또 하여
10화 <한다. 언제까지? 될 때까지!>에서 언급했던 글귀 전문을 소환한다. 무척 좋아하는 글귀라 사심 가득 또 등장시켰습니다.
행하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행하면 독실하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는다.
남이 하나를 할 수 있으면 자기는 백을 하고 남이 열을 할 수 있으면 자기는 천을 한다. 과연 이 방법을 할 수 있으면 비록 어리석어도 반드시 밝아지며 비록 연약하더라도 반드시 강해진다. —중용
무식하게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지만, 여기에 노자의 지혜를 보태봅니다.
만일 천하를 취하고자 할 때 억지로 애쓴다면 나는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 본다. 천하는 신이 만든 신묘한 그릇이기에 억지로 애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억지로 한다면 실패하고 집착하면 잃은 것이다. 이렇게 세상만사는 앞서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며, 미약하게 드러나지 못할 수도 있고 과장되게 드러날 수도 있으며,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며, 꺾이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지나침을 버리고, 사치함도 버리며, 교만함을 버리는 것이다.
—도덕경 29장
열심히 달리고 달려 40을 넘겼다면, 도가를 만날 시간이다. 열정적으로 자신을 찾아 나서는 시절은 유가처럼, 정신적 자립과 경제적 독립으로 진정한 자유를 얻은 중년 이후에는 도가처럼. 일할 땐 유가처럼, 쉴 때는 도가처럼. 시중(時中)에 맞는 처방전으로 변화무쌍하여 나날이 새로운 인생을 펼치기를, 가장 좋은 상태에 머무름도(止於至善) 내부는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를, 늘 행복하진 않아도 좋은 순간을 포착하여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일이든 놀이든) 지금은 실행할 때입니다.
15화 동안 스스로의 약속을 이행한 나 자신, 이 여정에 동참해 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예절과 겸손의 미덕에 짓눌려 드러내지 못했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불혹(不惑)의 나이에 접어든 지 몇 년째인데 인생 이렇게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지금까지 누린 인생 속 온실과 굴곡에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귀결된 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온실에서도 험준한 굴곡에서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진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나라는 존재가 순도 100%가 될 때까지 계속할 예정입니다. 왜냐하면 ‘꽃중년’이라는 60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꽃 같은 60을 맞이하려면 지금 안주하면 안 될 것 같거든요. 다음은 무엇이 될지 나의 투두리스트와 버킷리스트를 들춰봅니다.
<지금은 실행할 때입니다> 집필하며 더 확신이 생겼어요. 설렘과 두려움은 내 엉덩이를 바깥으로 밀쳐내는 동력이 될 거라는 것을요. 한땀한땀 나를 관통한 것들은 배신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비전을 이번 생에 꼭 펼치시기를 바랍니다. 강해지고 싶을 때 소리 내어 읽기 좋은 글귀로 막을 내려요. 안녕!
“무엇을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 월트 디즈니
“승자는 눈을 밟아 길을 만들지만 패자는 눈이 녹기만을 기다린다.” - 탈무드
“위대한 사람은 목적을 갖지만 대개의 사람은 소망만 갖는다.” - 워싱턴 어빙
“인간이 이룬 위대한 업적은 아이디어를 열정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옮긴 결과였다.” - 토머스 왓슨
“현실이 가파른 오르막처럼 느껴질 때에는 정상에 올랐을 때의 광경을 생각하라” - 레리 버드
“지성이면 감동시키지 못하는 일이 없다” - 맹자ㆍ이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