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 이겨
사실은 나는 진취적으로 변화하고 싶어 하면서도 변화되어 가는 것이 싫다. 초심, 사랑, 우정, 감정, 아픔, 상처... 그런 것들 말이다. 바뀌고, 바뀌는 삶처럼.
미국을 여행 갔을 때 확실하게 느꼈다. 자유주의가 만연하고 계속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그리고 정해진 규율 따위 없는. 그런 것들이 싫었다. 어쩔 수 없는 유교걸인 걸까.
그럼에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해가야 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영원한 것은 없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은 영원했으면 좋겠다. 아이유의 노래 중에 Love wins all이라는 노래 설명에 아이유는 이렇게 적었다.
사랑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변화하더라도 사랑만큼은 그 모든 걸 이기고 남았으면 좋겠다.
그 어떤 것도 사랑만큼의 여운을 남길 수 없다. 모두의 상처가 되더라도, 난 그 사랑을 계속해서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사랑도 계속 바뀐다. 사랑의 대상, 사랑의 크기, 사랑의 형태, 사랑의 유무까지도... 바뀌는 것을 싫어하는 나지만, 그럼에도 난 사랑을 믿어보고 싶다.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하는 힘이라고. 사랑만이 나를 변화시킬 힘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안다. 사랑만이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아이유 말대로 우리는 지금 대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노력은 꼭 돈으로 보상받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적인 힘을 얻게 해 줄 때가 많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돈이 곧 권력인 세상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돈이 다가 아니다.
매년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에, 최저 출산율을 갱신하고 있는 여기, 대한민국은 대혐오 시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아니, 아니다.
Love wins all.
사랑이 다 이긴다.
결국 사랑이 모든 걸 딛고 일어날 거야.
그러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을 해야 한다. 일시적인 돈을 숭배하고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돈을 위해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그 시선은 나에게로 돌아온다. 나도 돈으로 판단된다.
나는 최근에 영국으로 유학 가려는 생각을 미뤘다.
난 원래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면 대학원을 영국으로 가서 석사 학위를 따고 영국 사서로 일하면서 영국에서 평생 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내가 영국에서 집을 구해서 살 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포기했다.
유학까지는 갈 수 있지만 결국 나는 영국에서 살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내가 영국 유학을 가는 것이 필요할까?
그러다 생각을 고쳤다. 유학을 가서 영국에서 사는 것과, 서울에서 사서 교사하면서 지내는 것. 무엇이 다르지? 내가 영국에 있는 것과 서울에 있는 것? 아니다.
이미 가치관 자체가 틀렸다.
내 생각의 전제에는 유학을 가지 못하면 서울에서 교사라도 되어야 수준이 맞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미 나부터도 나를 자본주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교사. 교사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사랑과 애정, 따뜻함. 학교에 대한 그리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 그런 것들을 생각했어야 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실은 내가 유학을 가서 영국에 살지 못한다는 재정적인 문제가 현실인 것처럼.
그러니 방법은 하나다. 우리나라만 자본주의 나라가 아닌데 자살률이 매년 1위인 이유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려는 노력.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는 노력.
왜냐하면 결국 사랑이 이길 테니까.
그리고 그게 곧 내 행복일 테니까.
더 이상 사랑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가 아니라 사랑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사랑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그러니 오늘도 사랑하자.
사랑하고, 아껴주자.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
오늘 타는 버스에서 기사님께 인사 먼저하기, 한동안 연락 안 하던 친구에게 안부 묻기, 부모님께 연락하기, 만나는 친구에게 웃으면서 인사해 주기...
나도 오늘 이것들을 다 해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