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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의의지 Jul 17. 2024

어쩌다 정치업에 기웃거리게 됐을까 (2)

정치 활동가의 세 부류

지금도 그렇지만 정당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를 연다. 목적은 분명하다. 교육과 결속이다. 교육을 통해 당원들로 하여금 강력한 정당 일체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 정도의 정치적 관심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막연한 호감 정도의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애정의 농도를 진하게 한다. 유입 당원을 열성 당원으로 만들기 위해 정당은 꾸준히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정당 행사에는 또 다른 숨겨진 목적이 있다. 바로 발굴이다. 소위 활동가라고 통칭되는 열성 당원들을 발굴하는 것 역시 정치 행사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활동가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크게 세 부류로 정리된다. 먼저 호출형이다. 정치 행사는 본질적으로 세 과시다. 필연적으로 동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당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정치 행사에 꾸준히 참여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휴일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의 일상도 포기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교통비,  식비 등 개인 비용이 지출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감수할 의지를 지니는 호출형 활동가를 발굴하고 조직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 행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목표라 할 수 있다.


다음은 기획형이다. 정치 행사는 잘 짜인 쇼에 가깝다. 인력 동원은 물론 대본과 음향, 비디오 등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정당과 정치인이 비용을 지불하고 기획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재정적으로 비교적 넉넉한 중앙당이야 전문 인력을 돈을 주고 쓰는 경우가 많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역위원회나 시도당은 그럴 수도 없다. 결국 당원들의 재능과 역량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지역 단위의 정치 행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온라인 포스터나 홍보 영상 등이 활동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선과 같은 가장 큰 선거에서 역시 기획형 활동가들의 홍보 콘텐츠가 중요하게 활용되곤 한다. 최근에는 분석과 공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기획형 활동가들의 활동 폭이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법인 차량 번호판 색상 공약'과 '파란을 이어가자' 포스터는 당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마지막 활동가의 형태는 정계형 활동가이다. 정치 입문을 목적으로 정치 행세에 참여하는 당원들이 정계형 활동가의 잠재적 후보군에 해당한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공천을 목적으로 정당 활동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사실 정계형 활동가를 발굴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정당은 시민들에 양질의 공직 후보자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동시에 이들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게 민주주의에서 권력 획득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권력 획득은 정당 존립의 가장 중요한 이유다. 그렇기에 공직 후보를 내지 않거나, 못하는 정당은 정당이라 부를 수 없다. 권력 의지의 유무야 말로 정당과 시민 단체의 결정적 차이다. 


갑자기 이 야기를 꺼낸 것은 나 역시 활동가였기 때문이다.  나는 저 세 부류 중 두 번째 기획형 활동가에 가까웠다. 나 역시 17년 12월 당에서 개최한 청년 당원 행사에 참여했다. 


많은 우연과 필연이 나를 정치업으로 이끌었지만, 결정적으로 나를 정치업의 입구에 데려다준 것은 우연히 참여한 17년 12월의 청년 당원 행사였다.


그 행사가 나를 어떻게 정치업으로 이끌게 되었는지는 다음 연재 때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대신 그날 행사를 다녀와서 남긴 나의 글로 오늘의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17년 12월 3일 청년 정치의 문제


우리나라 청년정치의 문제점이 많다는 사람들의 다수가 그 원인을 '사람'에서 찾는다. 직업 정치로서의 정치 전선에 2030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2030의 젊은 친구들이 청년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완전히 동의하진 못한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단순히 젊다는 건 청년들의 대표로서의 중요한 자격 기준이 되지 못한다. 노소를 막론하고 청년들의 '무엇'을 대표할 것이며, '무엇'에 공감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게 본질이다. '누가'는 다음 문제다. 절대 이 점을 놓쳐선 안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영향력'이다. 국회 비례 한 자리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게 진정 청년정치의 전향적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실제 청년비례대표라는 이름의 국회의원들이 청년정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나. 솔직히 모르겠다. 차라리 이명박과 박근혜의 정치적 실정이 청년들의 정치적 의식 발전과 참여 의지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집권 여당을 지지한다는 20대 30대가 70퍼센트에 육박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90퍼센트에 달한다. 하지만 당내 이들의 목소리는 가장 작다. 주요 지지 기반임에도 영향력이 크지 않다. 조직력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일화된 창구가 부재하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점조직의 실종으로 인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 유권자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청년표는 선거 때만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데 뭐가 두렵겠나. 


조직이 관건이다. 정치를 움직이는 건 집단의 이익 실현 욕구다. 정치는 개인과 집단들 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과정의 총체다. 조금이라도 더 큰 영향을 지닌 집단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걸 다수결이라고 부른다. 


표에 의해 생계가 좌우되는 정치인들로서는 덩치 큰 집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대신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그 집단이 얼마나 조직적인가라는 것이다. 조직력을 갖춘 조직일수록 더 단호하고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당내 청년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청년들의 힘을 모을 구심체가 보이지 않는다. 조선시대 지방 향교, 서원 같은 세포 조직이 없다.


청년들이 제도 정치에 도전하지 못한다고 한다. 재정 문제, 기회 문제, 기성세대의 시선, 제도적 결함 등등. 모두 맞는 말이다. 그래서 이걸 바꿔달라고 한다. 고쳐달라고 한다. 선후가 잘못됐다. 바꿔달라고, 고쳐달라고 할게 아니라 바꾸게 해야 하고 고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압박하고, 눈치 보게 만들어야 한다. 수십만에 이르는 청년 당원들이 당비 거부 운동을 벌인다던가, SNS를 활용한 여론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당내 투쟁도 두려워해선 안된다. 발전을 위한 투쟁이라면 적극 나서야 한다. 결국 조직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단일화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갈등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나의 갈등으로 상대방의 갈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나쁜 거다. 토론하고 또 토론해야 한다. 이게 민주주의다.)


민주당이 이번에 6기 청년정치스쿨을 열었다. 2주간 4회에 걸쳐 100명이 넘는 청년 당원들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솔직히 당내 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가 이 행사를 단발성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냥 의례적인 행사로 여기는지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이런 행사와 만남을 통해 점조직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비단 중앙당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시도당에서도 이를 활용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대해야 한다. 


부침이 있을 수 있고 갈등도 있을 수 있다. 그럴수록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의견을 나누고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해결해 나갈 문제다. 덩치만 컸지 목소리는 작은 당내 청년 세력을 더 이상 이대로 둬선 안 된다. 청년은 당의 대주주다. 대주주가 발언권이 작다는 건 아이러니 이상의 비극이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만 청년정치스쿨의 가능성을 가벼이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의외로 큰 힘이 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일회성으로 의당하는 행사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청년 정치인들을 꿈꾸는 당내 젊은 주자들의 리더십과 고민이 필요하다. 정말 그들 하기 나름이다. 먼저 힘이 커지면 장애물은 극복될 수 있다. 그 힘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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