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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Oct 09. 2024

몸과 마음은 따로가 아니다

목감기와 불안


불안은 머리 안(생각 또는 마음)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몸 곳곳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불안에 휩싸이면 평소에는 존재했는지 몰랐던 신체들이 자기를 봐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소리가 들리는 곳만 바라보면 그곳이 원인인 줄 알고 거기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신체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알아채면 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 반대로 불안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면 소리는 점점 더 커져 버릴 수도 있다.


거꾸로 몸 특정 부위의 병이 직접적으로 불안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몸이 아파서 당장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어 걱정이 된다던지, 직장을 잃으면 어떡하지 등의 간접적인 불안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따로가 아니라는 것은 아주 오래된 관념이지만 눈에 보이는 근거(과학적 증거)는 생각이 오래된 것에 비하면 그리 많지는 않다.


불안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은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글루타민, GABA 등이 알려져 있다. 특정 질병이 직접 불안을 유발한다는 것은 특정 질병이 신경세포에 직접 영향을 주어서 불안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하여 불안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미이다. 관련해서 최근에 발표된 흥미로운 논문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https://pubmed.ncbi.nlm.nih.gov/38446848/). ​


우리가 환절기에 많이 걸리는 목감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두염(pharyngitis) 환자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지금까지 왜 그런지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동안 의사든 환자든 단순하게 아파서 그런 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 논문의 연구진들은 인두(pharynx)에 12개의 뇌신경 중 혀인두신경과 미주신경의 말단들이 조밀하게 분포해 있다는 점에 착안한 듯하다. 인두에 발생한 염증들이 뇌줄기(brainstem), 편도체(amygdala)로 연결되어 있는 혀인두신경과 미주신경 말단을 직접 자극해서 불안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키고 이 신호가 결국 편도체를 자극해서 불안을 일으킨다는 것을 동물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경로를 ‘인두-뇌 축(pharynx-to-brain axis)’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람에서도 동물 실험 결과와 똑같을지는 앞으로 더 연구가 이뤄져봐야 하겠지만 뇌신경과 편도체의 연결 체계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도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사람에서도 비슷할 가능성이 있다. ‘몸과 마음은 따로가 아니다’라는 오래된 개념을 입증하는 재밌는 근거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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