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비교적 견고하게 차단되어 있는 편이다.
우선 피부 조직이 가장 대표적인 방어막이다.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는 한 웬만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피부를 뚫고 침입하기는 어렵다. 몸 안에 있기는 하지만 구강,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등의 소화기관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신체 부위고 공간은 입과 항문을 통해 밖과 연결되어 있다. 소화기관은 외부의 음식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혹시나 상한 음식을 먹었을 경우 세균 침입에 대한 방어가 잘 되어 있어야 하는데 소화기관은 점막과 상피세포로 촘촘히 덮여 있어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막고 있다.
뇌는 다른 장기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한 장벽인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가지고 있어서 중추신경계로 넘어와선 곤란한 것들을 혈액-뇌 장벽이 철저하게 막아주고 있다. 뇌가 위치한 곳은 그야말로 무균 상태이고 면역 세포들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세균이 침입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뇌는 면역 세포의 접근을 제한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그 큰 두 가지 경로가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조절(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을 통해서이다. 뇌가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상당한 손상을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항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우리 몸에서 면역 세포, 즉 백혈구의 구성 비율(중성구와 림프구의 비율)이 변화하면서 세균에 대한 저항성이 줄어들어 감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급성 뇌졸중 환자들이 삼킴 장애 때문에 분비물이나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 잘 생기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명 ‘코줄’을 통한 경관식이(tubal feeding)를 해도 폐렴이 잘 생기는 이유가 면역 체계에 일시적인 변동이 생기는 것과 관련이 있다. 뇌졸중이 발생한 것만 해도 큰일인데 폐렴까지 발생하기 쉬워진다니… 우리 몸은 건강할 때는 외부 침입자들을 막는데 완벽해 보이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렇게 빈틈이 많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