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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Aug 23. 2024

못 끊는 사람들(2)

커피, 스마트폰, 담배

내가 사는 동네에는 출근 차량이 유독 많이 통과하는 사거리에 컴포즈 커피 매장이 있다. 이 매장은 한 아파트 단지 앞 단층 상가건물의 가장 끝에 있는데 사거리의 코너에 바로 접하고 있다. 주변에 가로수와 수풀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그늘도 적절하다. 그래서 너무 덥지만 않다면 벤치에 앉아 잠시 커피를 즐기기도 괜찮은 편이다. 반대편 약간 떨어진 곳에 스타벅스가 있지만 이 컴포즈 커피 매장은 지금까지 굳건히 잘 버티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컴포즈 커피 매장 근처에서는 매일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출근하던 사람들이 사거리 가변차로에 차를 정차시켜 놓고선 매장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테이크아웃해서 벤치에 앉아서, 또는 나무 옆에 서서, 또는 정차시켜 놓은 차량 옆에 서서는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다음 커피를 내려놓고 폰을 들여다보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흡연율이 떨어지니까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야외에서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테이크아웃해서 차를 몰고 바로 자리를 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거리 가변차로에 정차된 차들은 컴포즈 커피 매장을 끼고 우회전하려는 차량이 가변차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니까 반대편에서 좌회전을 하려는 차량 사이에 미묘한 눈치를 보게 만들어 사고 우려를 높이고 우회전 차량 운전자의 출근길 조급함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바쁜 출근길에도 잠시 정차하여 다른 출근 차량에 불편함을 유발하면서 까지 커피를 사서, 담배를 피우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듯하다. 물론 본인들이 전날 잠들기 전에 내일 출근길에 그렇게 해야지 계획해서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아니지 싶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출근길은 돈을 벌어 생존을 하기 위한 길이다. 물론 자산을 이미 충분히 확보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출근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통계상 그런 사람들은 다수는 아니다.


 개인사업자이든 직장인이든 일을 혼자 하는 사람은 없다. 일은 상대가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결국은 개인과 개인의 연결, 개인과 집단의 연결, 개인과 사회의 연결이다. 그래서 인간 사회에서 연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연결이 끊어졌을 때 사람들은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연결이 갑자기 끊긴다는 것은 생존이 불확실해질 수도 있는 일이니 멘탈이 웬만큼 강하지 않고서야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지 싶다.


 사람들은 오늘도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해 집을 나서고 전날 맺은 연결 때문에 생긴 피로를 풀어줄 뭔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찾는 것이 커피, '카페인 수혈'일 것이다. 수혈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효과의 속도다. 카페인은 마신 지 10~15분이면 혈액에 도달해서 30~40분 정도 지나면 최고 농도에 도달한다고 한다. 직장에 도착할 때쯤이면 연결을 위한 각성상태가 최고조가 된다.

 

 이제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마시면서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연결을 위한 별다른 도구가 없던 시절에는 인간이 직접 이동해서 말로 전하거나 글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 불을 사용하면서 봉화가 연결의 수단이 되기도 했고 비둘기가 연결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이런 수단들은 연결이 되기 까지 시간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가 발명되면서 전신기, 전화가 등장했고 시간차는 조금 더 좁혀졌다. 이후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인터넷이 등장했고 실시간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최고의 도구,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출근길에 커피를 마시면서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것은 연결을 하러 가는 길(출근길)에 실시간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동이다.  


 연결을 유지해야 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늘 확인하고 싶지만 모든 연결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어떤 연결은 불쾌하고 더 이상 유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인 경우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을 느끼게 된다. 연결하기 위해 가는 길(출근길)에 연결을 확인하면서(온라인 접속) 그 연결 때문에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게 된다. 니코틴은 카페인 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잠시 뇌가 스트레스와 불안을 잊게 만들어준다. 중요한건 '잠시'라는 점이다. 그래서 내일도 컴포즈 커피 매장 근처에서 동일한 행동을 하는 동일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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