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알바와의 전쟁, 그 서막의 시작

by Aroana

23살, 2학년으로 복학할 무렵 나는 알바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1학년 때는 (넉넉하진 않았지만) 매달 30만원씩 생활비를 받았다. 그 때는 부모님이 공부만 열심히 하고 알바 같은 것은 신경 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서였다. 그랬던 우리집의 사정은 내가 제대를 하자 마자 갑자기 바뀌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연 그해 까지만 하고 명예퇴직을 신청하신다는 것이다. 알바 얘기는 일언 반구조차 없다가 갑자기 생계를 마련하라고 하니 솔직히 좀 당황스럽기는 했다. 이전까지의 나는 어떻게 하면 대학교에서 효율적으로 교내 활동을 수행할지만 고민했었기 때문이다.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만 하던 시기에서 생애 첫 '생계'라는 타이틀이 내 삶에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나는 적응할 틈도 없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알바거리부터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3월달 말에는 재경관리사 시험에 올인해야 해서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알바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2월 말, 늦어도 3월초 까지는 알바를 구하지 못한다면 일자리는 다른 학생들이 차지할 게 뻔했다. 나는 최대한 학교 홈페이지와 알바 싸이트를 뒤적여가며 최선의 일자리에 목을 매었다. 그러던 순간 학교 홈페이지의 공고문에 아주 실험적인 알바 자리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이름하여 '학교 도우미'. 아침에 1시간, 저녁에 1시간 청소 여사님을 도와드리면 한 달에 20만원을 주는 활동이었다.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기에 일단 냉큼 신청서부터 들이밀었다. 꿀일지 아닐지는 그 때 가서 가봐야 아는 것이고 나는 단지 이 알바가 시험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선착순에 들었는지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렇게 20만원의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알바의 난이도는 높지 않았다. 아침 7시 30분까지 해당 교내 건물에 가서 교실을 빗자루로 쓸고 화장실(여자 화장실까지 들어가야 하는 게 좀 찝찝하긴 했지만...) 휴지통만 비워주면 되는 일이었다. 오후에는 여사님이 연락을 주시면 그 때 가서 돕는 것인데 대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4월이 지나고 꿀 알바를 확보했겠다, 시험도 쳤겠다, 이제는 메인 알바를 찾아나서야 할 때 였다. 그러나 이미 3월부터 모든 가게들엔 인력 충원이 끝나 있었고 특별한 자리가 나지 않는 이상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순간 또 한 번 교내 게시판에 그럴싸한 알바 자리 공고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은 '편의점 캐셔 업무'. 교내 단과대학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또 하나의 꿀 알바 발견 이었다! 태어나서 포스기는 한 번도 만져 보지 못해 일반 편의점이었으면 벌써 짤릴 각이었다. 그러나 그 쪽에선 상황이 급했던지 내 솔직한 자백에도 흔쾌히 OK 사인이 나왔다. 다행히 거기엔 베테랑 알바생이 있었고 그 알바생의 나이는 공교롭게도 나와 같았다. 최저시급이 엄격히 지켜지지 않은 시절이었음에도 교내라서 그런지 법정시급을 받았다. 저녁 6시부터 10시로 이어지는 근무 시간은 내 구미를 당기는데 충분했고 그렇게 나는 복학을 투 잡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월 평균 6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으니 생활은 꽤 안정적이었다(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월세 부담은 없었다). 1학년 시절, 30만원에 비해 두 배나 올랐으니 마음은 이미 부자였다. 출퇴근 거리는 복지수준이었고 같이 일하는 사람 역시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1학기를 순탄하게 보낸 것 같다. 자격증도 패스하고 원하는 동아리(전공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합격해 무척 바쁜 학과 생활을 보냈으니 말이다.


그 땐 몰랐다. 이때부터 내가 쭉 이런 삶을 살아오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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