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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M Jul 04. 2024

간절함은 상대적인 것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던가

‘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


이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거렸다.

사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건 아무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아갈 집이 있고, 어지간히 큰 문제가 아닌 이상 나라에서 ‘퇴출’당한 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사장이 그만 나오라 말한다?

에이, 재수 없네. 하고 다른 자리를 알아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독일에 연고 없는 무능력자에겐 그게 아주 큰 문제로 다가왔다. 당장 일을 못하면 집세부터 그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었기에.


난생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어봤다.

크게 혼나는 사람처럼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사장님, 더 잘할 테니 제발 자르지만 말아주세요.’

그는 단호했다.

‘부유한 한국 가서 잘 살아라. 뭐 한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나.’


삼십 분은 그 자리에서 빌었다.

그동안 클래식 음악을 하면서 쌓아온 자부심, 명예, 한껏 올라간 어깨는 생각도 안 났다.

그러곤 깨달았다. 살아보겠다고 기계처럼 일만 하다가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다음을 준비를 하면서 해야 하는구나를 배웠다.

그렇게 없는 시간을 쪼개서 어학원을 등록했다.

성악을 계속하던 무엇을 하던 해외 한식당 주방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살다 보면 많은 순간에 저런 말을 듣고, 뱉기도 한다.

‘난 원래 이래’, ‘원래 저래’

그러나 사람이 진짜 간절한 게 생기면, ‘원래 ~다.’ 하는 것들은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때 처음 깨닫게 되었다.


원래 잠이 많던 나는 일찍 일어나야 했고,

원래 많이 먹던 나는 식사를 쪼개야 했고,

원래 하루에 커피를 5잔 이상 마셔줘야 했던 나는 돈이 부족해 커피를 사 먹지 않게 되었다.

원래 하루에 연습시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일을 병행해야 하니 틈이 나면 연습하게 되었다.


이렇게 살면서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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