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um Jul 07. 2024

노력의 배신

영화 <<버닝>>

조회수 1000회 감사합니다
청춘, 미스테리, 그리고 분노


이번 글의 영화 추천작은 총 3편 중에 고민했는데, 바로 <마스터>, <황해>, <버닝>이었다.

셋 다 좋은 작품이지만 추천하기에 약간 꺼려 했던 부분이 있는데,


<마스터>인간의 '불완전성'을 깊게 다루었고, 호아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가 모시는 마스터는 사이비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영화를 보면서 계속 맴돌았고, 이는 나의 추천작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황해>는 2시간 20분 동안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했던 영화다. 특히 김윤석이 족발을 들고 사람들을 막 때리고, 죽이는 장면은 한국 누아르 역사상 가장 잔인하지만, 임팩트가 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린다고 생각한다. 너무 누아르 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아 어떤 장면에서는 불쾌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난 호 x95, 별점 4.5점 줄만했다)


그래서 이번 달의 추천작으로 뽑힌 영화는 <버닝>이다. 저번 <밀양> 이후로 또 한 번 더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가 뽑혔는데,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가 생각할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특성은 '휘발성이 적다'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감독님의  <박하사탕>, <시>, <밀양>, <버닝>은 길 가다가 생각날 때도 있고,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생각이 난 적이 있다. 처음에 감독님의 영화를 보았을 때는 그냥 불쾌감만 주어서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점이 감독님을 국제적인 명감독 반열에 오르게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버닝> (2018)

감독 : 이창동

시작하기에 앞서 이 영화는 해석의 여지가 많고, 무엇이 정답일 수도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나의 뇌피셜을 한번 굴려본다는 점을 밝힌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3가지로 집중하면 된다.


바로 "청춘", "미스터리", "분노" 이다.(이창동 감독님 피셜)


이 3가지가 어떤 상관이 있겠어?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청춘들이 겪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보자.

바로 세상에는 "미스테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말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나는 이 "미스테리"한 일들을 "노력의 배신" 이라고 칭한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

'그냥 앞만 보고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달려왔는데, 결국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을까?'
'공부만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그럼 잘 살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이게 옳을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이미 집안에 돈이 많은 이른바 금수저인 애들을 따라잡을 수 없어..'


이게 미스테리다. 나는 우리 세대, 정확히는 Z세대(1990년대 중후반 -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사람)가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당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노력만 한다면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것처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부모님 말만 들으면 다 잘 풀릴 거라고..


그렇게 전 국민이 20살까지 수능이라는 한 시험을 위해 달려오고, 그것으로 경쟁을 하며, 대학 또한 서열화를 시키며 뒤처지거나 다른 길로 간다면 그것을 무시하고 깔보는 사회가 되었다.

'옆집 아이는 어디 대학 갔다던데,' '옆 옆집은 밤에 자지도 않고 공부한다던데'라는 등의 비교를 당하며 노력하여 부모님의 말대로 대학교에 갔고, 대학교에서도 높은 학점과 공부에 매진 안 하면 '대학부터가 진짜 시작이야'라며 더 강한 압력을 받았던 게 우리 세대이다.


하지만, 대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는 괜찮다. 그래도 이게 맞을 거야, 다 이렇게 살아왔으니깐 하며 수긍하며 힘을 내 노력할 수 있지만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다르다.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달라지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결국 우리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에 가려고 애를 쓰고, 대학에서도 높은 학점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돈'이랑 관련 있다. 하지만, 그렇게 착실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금수저를 이미 물고 태어났고, 나보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돈을 더 많이 번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아마 "분노" 할 것이다. 정확히는 '현타'가 올 것이다.


"한국에는 위대한 개츠비가 너무 많아."
"개츠비가 뭔데?"
"뭐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돈은 많은 미스테리한 인물.


그렇게 공부만 해오고 살아왔는데 사회에 들어갔더니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나의 꿈이 뭐였는지도 모르고, 그저 기계처럼 사회가 이끌어주는 길대로 살아온 "분노"가 쌓이게 된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여러 대박 사례. 누구는 코인을 해서 몇십억을 벌었다는 둥, 누구는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서 대박이 났다는 둥,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버닝>에서는 그런 분노를 burning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되면 어떤가? 지금까지 '공부만 잘하면 된다. 열심히 사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를 믿고 살아온 사람들은 무엇이 되는 것인가? 이렇게 열심히 해서 살아왔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결국에는 서울에 아파트한 채를 살려면 20년 이상이 걸리는 이 사회 현상은 또 얼마나 암울한가?

이렇기 때문에 나는 "노력의 배신"이라는 점이 "미스터리" 한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그 쌓인 분노를 탓할 대상이 없다.

부모님을 탓할 것인가? ->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을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모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금수저인 친구를 탓할 것인가? -> 결국 그 아이도 부모님을 잘 만난 것이다. 이미 나는 이렇게 태어나버린 상태, 되돌릴 수는 없다.

기성세대를 탓할 것인가? -> 그 새대 덕분에 대한민국이 이까지 와 잘 사게 된 것 아닌가. 이렇게 먹고살 수 있게 만들어준 세대는 기성세대이다.


그럼 누구를 탓할 것인가? 어쩔 수 없다. 대상이 없다.

이 사회구조를 탓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사회의 이해 구조가 얽혀있어 한 부분을 꼭 집어서 말하기가 힘들다.

청춘들은 이 "누구를 콕 집어 탓하지 못한", 그렇다고 "쌓인 분노를 풀어낼 수 없는" 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을 <버닝>이라는 영화를 통해 풀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저한텐 세상이 수수께끼 같아요.

종수는 소설을 완결 지을 수 있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아니, 오히려 저것을 의도하고 만들지 않았을 확률이 더 크다.

하지만, 버닝을 보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창동 감독님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터뷰했던 말을 올리며 이 글을 마친다.


"젊은이들이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나 자기 삶에 대한 생각이 아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버닝> (2018)

감독 : 이창동

★★★★


자신의 의심, 생각, 미스테리함을 태움으로써 완성했다

그게 이 영화의 제목이 ‘버닝’인 이유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창동 영화 중 몰입도와 신선함으로써는 가장 좋았다

'한국에는 '개츠비'들이 너무 많아'

작가의 이전글 심장박동이 주는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