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읽을 때마다 새로운

독서의 묘미

by 차분한 초록색

며칠 전, 아이와 함께 선물용 초콜릿을 사러 단골 가게에 들렀다.

사장님의 눈가가 붉어져 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라서 물었다.


"이 책이 이렇게 슬픈 책이었어? 나, 지금 너무 슬퍼."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책을 보았다.


"카프카네요."


"응, 읽어봤어요?"


"네. 주인공이 벌레로 변하는 거잖아요."


"그래, 그게 너무 슬퍼. 어쩌면 좋아."


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아...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집에 오는 길에 아이가 묻는다.


"엄마, 그 책이 그렇게 슬퍼요?"


"글쎄. 읽는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엄마는 안 슬펐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다."


우리는 초콜릿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음날, 초콜릿을 들고 오랜 지인들을 만나러 갔다.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나이가 들어서 다자이의 <사양>을 다시 읽으니 너무 좋다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사양...

어렴풋이 읽었던 기억은 나지만.

나는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시절의 나에게 그는 유약한 양반집 도련님, 말만 앞세우는 한량 같은 그런 이미지였기 때문에.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랬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또 생각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다시 읽어봐야겠네.


지금, 집에 있는 나는 <변신><사양>도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궁금하긴 하다.


다시 읽으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게 될까.

<변신>의 주인공이 너무 가여워서 눈물을 흘리게 될까.


궁금하다.


그러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건, 왜일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