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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술, 네 가지 시선

전시는 부수적인 이유일 뿐

by 차분한 초록색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수요일 아침

20년 가까이 된 오랜 벗들을 만나러 가는 길


전시회도 보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자.


그리하여 만나게 된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3층 상설전시실에서 하는 <일본 미술, 네 가지 시선>을 보기 위해 만났지만,

먼저 들어간 곳은 기념품샵.


이건 꼭 사야 돼!


전시를 보기 전에 쇼핑부터 하고 본다.


자, 이제 슬슬 올라가 볼까.

3층 상설전시실로 이동한다.


이번 전시는 도쿄국립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엄선한 소장품 62건을 중심으로,

화려한 장식성, 이에 대비되는 절제된 미, 자연의 변화에 대한 애잔한 정서, 유쾌하고 재치 있는 자유분방한 표현이라는 네 가지 시선을 통해 일본미술을 조명한다,라고 추최 측의 안내문에 적혀있다.


에도 시대의 장식적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오가타 고린이 가을 무늬를 그려 꾸민 고소데 (좌) / 옷처럼 보이지만 두꺼운 솜을 안에 채워 넣었던 에도시대의 이불 (우)


흐음, 그렇군.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한다.

우왓! 겐지모노가타리잖아.

아는 게 하나 나오니 기쁨이 두 배다.



<일본 미술, 네 가지 시선>을 우리는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여러 향을 맡고 알아밎히는 놀이. 이와 같은 향 놀이는 당시 놀이와 예술, 교양을 결합한 상류 계층의 문화활동 이었다고 한다.


언젠가 노 공연을 꼭 보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까짓 거 가면 되지 뭐, 라고 말한다.


질투심에 원귀가 된 여인을 연기할 때 쓰는 노 가면 '한나'와 '한나'가면을 쓴 배우가 입는 노 의상 (우)



나의 미약한 출발을 축하해 주는 커다란 꽃다발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나는 꽃 향기와 이야기에 취해 시골아줌마 마냥 전철을 잘못 타고 빙글빙글 돌다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처음으로 엄마가 없는 늦은 저녁, 빈 집에 혼자 들어와 불을 켜고 앉아 숙제를 하고 있다.


같은 전시라도 누구와 언제 보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것 역시 하나의 묘미이지 않을까.



앞으로 몇 년.

노 공연을 보러 일본에 갈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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