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을 좋아하게 되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고 했던가.
올봄, 유독 나물 반찬을 자주 한다.
내가 하는 나물 반찬은 콩나물과 시금치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요즘 들어 자꾸만 새로운 나물에 도전의식이 생긴다.
냉이 된장국을 끓이고 남은 냉이를 조물조물 무쳐 식탁에 올렸다.
"엄마, 냉이에서 흙냄새가 나요."라고 아이가 말한다.
"냉이는 원래 그런 거야. 그 맛에 먹는 거야."나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지만
마음 한편에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내가 제대로 한 걸까?'
살짝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냉이는 보통 데쳐서 먹는다고 한다.
아, 생으로 그냥 무치니까 흙냄새가 나는구나.
결국, 흙냄새 풀풀 나는 냉이는 전부 남편 몫이 되었다.
쑥국을 끓인 어느 날.
"엄마, 쑥 향이 하나도 안 나요."
"음... 자세히 맡아보면 나."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이건 쑥국이 아니라 그냥 된장국에 쑥이 조금 들어간 느낌이라는 걸.
결국, 남은 쑥은 '쑥 튀김'에 가까운 '쑥전'으로 해치웠다.
기름에 부치고 튀긴 음식이 맛없기란 힘들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참나물을 한 어제저녁.
삶고 데치고 할 필요 없이 그냥 먹을 수 있으니 편하고 좋은데!
내가 애용하는 액젓에 참기름만 두르고 고기와 함께 아이에게 준다.
"엄마, 초식동물이 됐다가 육식동물이 됐다가 하는 것 같아요."
고기와 참나물을 번갈아 먹으며 아이가 말한다.
나도 한 번 내가 무친 참나물을 먹어본다.
토끼가 풀을 뜯어먹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오늘은 아파트에 장이 서는 날이다.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장을 보고 돌아온다.
오늘의 도전 봄나물은 달래다.
향긋한 봄나물이 좋아지는 걸 보니 나도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나 보다.
이 봄이 끝나갈 즈음에는 그럭저럭 먹을만한 봄나물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