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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Jun 20. 2024

'엿 먹어라'와 '무즙 파동'

입시가 뭐길래

입시에서 한 문제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분명 이게 답인데 왜 아니라고 하지?라는 의문이 든다면 더욱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때는 바야흐로 1964년.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1965년도 전기 중학 입시'

 

엿기름 대신 넣어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1) 디아스타제

2) 꿀

3) 녹말

4) 무즙


답은 1번 디아스타제였는데, 문제의 발단은 4번 무즙 역시 답이 된다는 데에 있었다.

무즙을 답으로 해서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지게 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학부모들은 무로 엿을 만들어 담당기관에 찾아가 엿을 들이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엿 먹어라! 이게 무로 쑨 엿이다!"라고.



결국 당시 서울시 교육감과 문교부 차관 등이 사표를 냈고, 무즙을 답으로 써서 떨어진 학생들을 전원 합격 처리 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이후 '엿 먹어라'가 '터무니없는 일'을 비난하는 욕으로 쓰이게 되었다는 이야기.


처음 듣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검색을 해보니 몇 년 전의 신문기사가 나왔다.

제목은 '무즙파동의 추억'


지금은 치열한 입시경쟁이 대학 진학으로 국한됐지만 예전에는 고교, 심지어 중학교도 입학시험을 치렀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생)까지 경쟁에 내몰았던 중학 입시는 1964년 시험문제 파동을 계기로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른바 '무즙파동'이다.

-한국일보 2021. 12. 17 '무즙파동의 추억' 中


'엿 먹어라'라는 말이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말이라는 것에 한 번 놀랐고, 당시 이 사건이 얼마나 대단했었을지를 떠올려보며 또 한 번 놀랐다. 어느 정도였길래 입시가 사라진 계기가 되었을까.

그 정도의 파급력이 있었으니 '엿 먹어라'라는 관용구의 탄생까지 이끌어 내었겠지.


그러다가 당시 엄마들의 심경이 어떠했을지가 떠오르니 아찔했다.

'아! 나는 왜 디아스타제가 아닌 무즙으로 엿기름을 만들어 내 아이를 불합격하게 만들었을 끼?'라며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하며 가슴을 쥐어뜯었으리라.


그러나 끝까지 굴하지 않고, 그저 망연자실한 채 있지 않고 잘못된 문제 출제를 바로 잡고 합격증을 받아낸 부모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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