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그로시 액셀러레이팅 - '인사'
(이번 편은 마케팅 실무 노하우가 없는 긴 글입니다.)
나는 해그로시라는 마케팅 기획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는 36살의 사람이다. 롯데 브랜드에서 온라인 마케팅의 총괄에 가까운 팀장으로 있었고, 시리즈B, 시리즈A, 프리A, 공동창업, 자생성장하는 기업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그로스해커, CMO, 그로스 리드, 퍼포먼스/CRM마케터, 유튜브 CP 등으로 불렸다.
업계에서는 대행사나 에이전시로 불리지만, 나는 해그로시 액셀러레이팅이라는 네임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직접 창업을 해 보고 브랜드나 BM을 키워가는 경험을 하다 보면 '작고 뾰족하고 명확한 시장'이 얼마나 생존에 도움 되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나도 쪼렙이지만 아스팔트에 헤딩하고 일어서는 경험들을 토대로 빠르게 법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 마케팅 서비스를 사업이라 부르겠다는 이유는 '서비스업의 확장 속도와 인력 관리, 퀄리티, 작지만 규모의 경제'를 셋팅하면서부터이다. 그건 매우 최근이고, 그 이전까지 나는 그냥 내가 잘하던 마케팅을 조금 더 높은 밸류로 BM화해서 몸을 갈아 넣어 팔고 있다 정도의 생각에 그쳤었다.
이번에 팀원들을 대거 업그레이드했다. 신입은 절대로 뽑지 않고, 경력 중에서도 연차나 다녔던 회사 이름을 떠나 주체적이고, 스킬풀하고, 성과 욕심 많으며, 재미있고 심플하게 일할 줄 아는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을 2명 추가 채용했다. 물론 기존 직원의 이탈도 있지만, 그 몫들은 내가 다 해낸다.
1년을 넘게 나를 믿고 일을 맡겨 주는 브랜드가 있다. 이곳의 경영진과 담당자분들은 늘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온화하고 스마트하며 군더더기가 없다. 최근 어느 3년 차 새로 모신 분에게 이 브랜드의 일을 맡겼다가 얼른 다시 내가 가져왔다. 그 친구가 아주 간단하지만 중요한 걸 계속 놓쳤기 때문이다. 내 귀한 클라이언트 브랜드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을 채용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고 정신이 번뜩했다. 그 친구는 제 발로 나갔지만, 내가 드랍시키기 직전이었다.
이번 충원, 증원의 신규 채용에서는 헤드헌팅 사를 쓰고 주변에 같이 일했거나 믿을만한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소개를 받고 매우 깐깐하게 더 비싼 인건비를 치르면서 사람들을 더 셋팅했다. 여전히 작은 회사이지만, 늘 그렇듯 넷플릭스 같은 똑똑한 조직을 원한다. 어떤 분은 내게 그랬다. 마케팅에 미친 사람 같다고. 나는 내일도 당장 망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 물론 그럴 일은 지금 없지만.
나는 이제 대표라고 불리는 대신 팀장이라는 직책이나 그냥 이름/님으로 불리면서 훨씬 더 기획과 마케팅 실무의 전선에서 활동할 것이다. 아직은 법인 이름이 아닌 내 이름으로 영업 없이 클라이언트 브랜드를 수주하고 커가고 있다. 그 코어를 가능한 계속 지키고 싶고, 서비스 퀄리티가 낮아지지 않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과가 좋고 노력하는 동료들에게는 상여를 아끼지 않을 것이고 그 반대의 동료에게는 냉정할 것이다.
인사를 다루고, 클라이언트 분들과의 릴레이션쉽을 다지고, 불안과 화와 좌절과 큰 기쁨, 즐거움을 교차하는 나라는 자신을 잘 다독이는 해그로시 액셀러레이팅의 운영 스토리는 2년 차 되는 신설 법인이지만 큰 인생 경험이자 자산으로 다가온다. 감사한 일이다.
확실히 밖에 나와서 마케팅을 하니 좋다. Connecting the Dots. 모든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늘 마케팅 전략이 고려된 컨텐츠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이고 싶었는데 그런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쌓고 있고. SEO를 8-9년 전부터 다뤄왔는데 그 실력을 요즘 트렌드를 만나 퍼널링과 함께 선보일 수 있고. 직접 경험해 본 많은 라운드와 업종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 싱크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의사결정 구조와 변화가 잦은 대기업 클라이언트를 만나도 내부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그 담당자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을지 조금은 예측하고 미리 이해할 수 있다.
단순 대행사라 불리기 싫어서 자꾸만 '기획'에 힘을 주고, '컨텐츠 제작'이 가능한 사람들만 모신다. 그러니 연차가 일정 이상 되는 사람들이 모여 소위 오퍼레이팅의 일들도 굉장히 많이 해야 한다. 최소의 관리, 최대의 플레이어. 액셀러레이팅이라 감히 불릴 수 있는 소수 브랜드 전담의 깊이감. 그리고 기간 내의 지표 달성. 점점 더 마케팅이라는 직업을 아끼고 소중히 하게 된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하나다.'라는 슬로건을 마음에 품고 있다. 단순히 트래픽을 몰아넣는 마케팅을 하지 않고, 단순히 매체 바잉이나 수수료 장사하는 포지션에 먼저 뛰어들지 않는다. 고객 집착과 좋은 기획, 빠르고 유연한 마케팅 플레이가 꼭 필요한 퍼널에만 집중해서 설계되면 성과는 나온다. 결국 통합 관점이 중요하다.
끝에 뜬구름이지만, 교육과 컨설팅을 추가로 준비하며 또 하나의 법인을 고려하고 있고. 이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하고 싶은 소셜 임팩트 활동이 있다. 지금 돈을 많이 벌려고 이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다. 전후 몇 년의 기획, 그로스, 마케팅 포트폴리오가 밸류와 브랜딩이 돼서 사회에 꼭 제공하고 싶은 사업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