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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소소 Dec 15. 2023

< D+001 > 우리는 공평히 생을 나누기 시작한다.



D-day에서 하이픈(-) 은 하이픈이 아니다.


그날까지를 카운팅 하는 마이너스다.


아이의 탄생과 더불어 마이너스는 플러스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를 개월로 새는 방법을 처음 배우게 된다.


1개월도 아닌 0개월 1일째의 너.



캥거루 케어를 잠시 하고 너는 바삐 여러 가지 물건들로 안전해진다.


마찬가지로 엄마도 여러 가지로 후 처치를 마친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엄청난 경험을 병실에 남긴 채


잠시간의 휴식을 위해 헤어진다.



휠체어에 옮겨 앉아 입원실로 자리를 옮겨


24시간 동안 밀린 잠에 빠져들었다.



잠시 잠시 뜨인 눈에 아빠는 이리저리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고


할머니는 내내 엄마 걱정이다. 기특하다 잘했다 칭찬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병실에 놓인 전화기가 울리면


엄마는 네가 사라진, 그러나 부피는 그대로인 몸을 이끌고 너를 만나러 간다.



안녕 아가.


만나서 반가워.



너는 눈도 번쩍 뜨고 수유쿠션 위에서 느릿. 느릿 움직인다.



느리지만 정확한 방향으로.



엄마 냄새. 엄마 젖냄새.



오물 거리는 입이 사랑스럽다.



안녕 아가.


너였구나.



생후 1일. 산후 1일.


우리는 공평히 첫날부터 생을 나누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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