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당신이 나의 맘마미아!

런던에서, 노래보다 빛났던 엄마의 얼굴

by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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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에 품고 사는 노래 한 곡, 영화 한 편이 있다.


100번도 넘게 본 영화,

우리 엄마에게 그것은 맘마미아였다.

그 영화의 모든 장면과 노래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


영어는 잘하지 않지만,
음악만 나오면 입꼬리가 먼저 반응하고,
가사는 기억이란 서랍에서 조용히 꺼내진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몰래 런던 공연 티켓을 준비했다.

출국 전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우리 런던 노벨로 극장에서 맘마미아 뮤지컬 볼 거야.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그 이야기, 진짜 무대에서."

엄마는 당황한 얼굴로 웃었다.

"그거 많이 비싸지 않아? 엄마는 진짜 괜찮은데..."


참 이상했다.

왜 엄마들은 늘 괜찮다고 말할까.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살라고 말하는 엄마.

정작 자신은 자식 앞에서도 솔직하지 않다.

“사실은 더 좋은 자리였으면 좋겠어.”

그 말 한마디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엄마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왜 엄마는 늘, 더 작아지려 할까.

세상 앞에서는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인데,

자식 앞에서는 언제나 뒤로 물러서며

자신보다 먼저 나를 밀어올리려 한다.


그 사랑이 고마워서, 때로는 아프다.



2시간 반의 공연.
무대가 열리고, ABBA의 노래가 시작되자
엄마는 마치 오래된 음반처럼,
조심스레 입을 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Dancing Queen~ young and sweet, only seventeen!”


목소리는 작았지만, 표정은 누구보다 생생했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무대보다도, 조명보다도
엄마의 표정이 더 빛났다.


오랜 시간을 건너온 듯한 그 미소는
마치 오래 묵은 사진처럼,
조용히 마음에 새겨졌다.


저렇게 반짝이는 영혼이

나를 지켜주며 나이 들어왔구나.


엄마가 나를 안아주던 그 시간처럼,
이제는 내가 엄마의 울타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처럼,
어버이날을 기대하는 어른이 되게 해드려야겠다고.

이제는,
당신의 시간이 더는 나이 들지 않게 지켜드려야겠다고.


공연이 끝나고도
무대의 불빛보다 선명하게 남은 건,
노래를 따라 부르던 엄마의 얼굴이었다.


그 표정 하나, 그 미소 하나가
어쩌면 내가 찾던 '행복'의 정체였을지도 모른다.


아무 대사도 없었지만,
그 얼굴이 내 인생 최고의 장면이었다.


당신이 나의 맘마미아다.
세상 가장 빛나는 무대 위,
가장 소중한 목소리.

그 노래를, 나는 평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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