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파리 두 번째 날,
눈은 배부른데 마음은 허기진,
이상한 감각이었다.
루브르는 그 위대한 존재감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했고,
나는 그 안에서 너무 작아졌다.
예술이 거대할수록,
나는 점점 투명해졌다.
정말 보고 싶은 건,
사람들 사이에 끼어 발끝만 겨우 닿는 모나리자가 아니었다.
나는 조용한 풍경 속에 앉아
한없이 느려지고 싶었다.
오랑주리 미술관.
파리의 정오, 햇살은 부드럽고 거리엔 사람들이 넘쳤다.
그러나 그 순간, 가장 조용한 곳은 미술관 안이었다.
세상의 소음이 끊기고, 숨결까지 느리게 흐르던 그 공간.
나는 오랑주리 미술관 한가운데,
모네의 수련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사방이 캔버스인 방 안에 들어서자
모든 소리가 천천히 물 위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세상의 가장 안쪽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림은 말이 없었다.
그런데 모든 말보다 깊은 위로를 건네왔다.
빛도 없이 피는 수련의 고요함,
바람조차 이 그림 앞에선 멈춘 듯했다.
수련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움직였다.
이방인의 마음을 알아본 듯,
그림은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한참 동안 말없이 그 앞에 머물렀다.
누구도 말 걸지 않았고,
나 또한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풍경에서
나는 잠시 내 인생의 속도를 잊었다.
밖으로 나오니,
튈르리 정원의 바람이 모네의 붓결처럼 느껴졌다.
점심도 먹지 않은 채,
정원 벤치에 앉아 조각 케이크 하나를 나눠 먹었다.
별거 아닌 순간인데,
그림보다 더 오래 기억될 것만 같았다.
쁘띠팔레에서 잠시 머물다,
우리는 파리 시내를 흐르는 강처럼 느릿하게 흘러갔다.
그날 하루가
작고 조용한 수련 한 송이처럼
기억의 가장 깊은 연못에 가라앉았다.
예술이란,
가슴을 두드리는 감탄보다
숨결처럼 곁에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랑주리를 나서던 순간,
나는 알았다.
모네의 수련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나는 너무 많은 걸 참고 있었단 걸.
그림은 걸려 있었고,
나는 그 앞에 조용히 기대어 앉았다.
엄마가 내 옆에 있었고,
나는 더 이상 작지 않았다.
이제, 내 마음속 정원엔
그날의 수련이 조용히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