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그림 앞에 선, 아주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오르세 미술관.
입장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모두 말이 없었다.
그림 앞에 서 있는 사람들
누구는 조용히 감탄하고,
누구는 눈물을 훔치고,
누구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서
그림보다 사람을 먼저 봤다.
같은 그림, 다른 얼굴.
같은 공간, 다른 마음.
그날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림은 그대로였고,
사람들만 제각기 다르게 빛났다.
엄마는 그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말이 없었고, 표정도 조용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그림보다 오래 내게 남았다.
엄마 옆에는 연인이 있었고,
한쪽엔 눈물을 훔치는 중년의 여성이 있었고,
외국인 관광객은 이어폰을 낀 채
무표정으로 그림을 스쳐 갔다.
나는 고흐보다
그 앞에 선 얼굴들을 오래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예술은 감상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걸.
그림은 변하지 않지만
그 앞에 선 우리는
매번, 다르게 선다.
미술 전공자인 나는
그림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훈련을 받았지만
그날만큼은 아무것도 해석하지 않았다.
그저,
엄마를 바라봤다.
그림을 보는 엄마,
엄마를 바라보는 나.
그 옆엔
다른 누군가의 사연이, 얼굴이, 침묵이 있었다.
그날의 미술관은
작품의 공간이 아니라,
마음들이 조용히 나란히 선 풍경이었다.
레스토랑에서도 그랬다.
오르세 안의 유명한 레스토랑.
엄마와 나는 줄의 첫 번째에 섰다.
“여긴 왜 이렇게 예뻐... 그림이랑 비슷하다.”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우리가 작품 속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엄마의 말처럼,
그 식당도 그림 같았고
그날의 시간도 한 폭의 풍경처럼 여겨졌다.
오르세에서 나는 배웠다.
예술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자리에서 조용히 서 있는 일이라는 걸.
그림은 그대로였고,
사람들만 제각기 다르게 빛났다.
그 사이에
나와 엄마도 있었다.
아주 다르고,
아주 닮은
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