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파리의 저녁, 세느강을 건너며

다리 아래를 지나던 순간, 마음이 물들다

by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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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다리들.

그 아래를 지날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낮아졌다.


사람들이 다리 위에 모여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거나
말 없이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
유난히 부드럽고 다정해 보였다.


모르는 얼굴들이었지만,
그들의 평온한 모습이
왠지 내 마음을 닮아 있었다.



크루즈는 천천히,
노을을 품은 강 위를 떠다녔다.
빛이 물결에 닿아 퍼지고
강물 위로 금빛 실루엣이 흘러갔다.


그 순간,
저녁을 건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다리 아래에서 보내는 손짓과 인사들,
서로에게 기대어 나누는 조용한 대화들.


그 장면들은 말없이 내 마음을 쓰다듬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한없이 부드럽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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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풍경을

엄마와 함께 보고 있었다.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는 시간,
서로의 눈동자에 반사된 저녁빛은
언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했다.


엄마는 조용히 손을 모은 채,
세느강 건너편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잃어버린 어느 시절을
다시 품고 있는 사람처럼.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우리는 무언가를 다 이루지 않아도,
이렇게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살아 있다는 걸.



삶의 아름다움은

늘 '함께'에 있었다.


크루즈가 종착지로 돌아오고,
에펠탑의 불빛이 점점 선명해졌다.
그건 찰나의 황홀함이자,
삶의 진심이었다.


지나온 시간에 마음이 젖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손등에
작은 감사를 얹는 저녁.


나는 그날의 파리에서,
시간을 건너 내 마음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알았다.
이 풍경이,
이 순간이,
내 인생에도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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