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바람이 머문 성, 엄마는 몽쉘통통이라 불렀다.

지베르니, 옹플뢰르, 그리고 몽생미셸까지. 꽃과 바다와 고요함을 품다

by 이연
몽생미셸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예약한 것이 몽생미셸 투어였다.

모네가 사랑했던 지베르니.

바람이 닿는 곳마다 머무는 옹플뢰르.

그리고

어릴 적부터 마음 한편을 차지하고 있던,

동화 속 섬. 몽생미셸.


여행이란,

참 묘한 것이다.


날씨 하나에 기분이 좌우되고,

낯선 공기에 예민해진다.

기대한 만큼 조심스럽고,

낯설고 그래서 더 간절해진다.


그럼에도

그날만은 다르리라 기대하며

우리는 5월 20일 아침 7시에 투어를 시작했다.




엄마는 다섯 시부터 일어나

차곡차곡 하루를 접어 넣고 있었다.


목적지를 기억하려 애쓰시다

결국 이렇게 물으셨다.


“우리 언제 몽쉘 통통 도착하노?”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 그거 초코파이 아냐? 몽쉘통통이 뭐야 ㅋㅋㅋㅋ.”


말도 안 되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엉뚱한 말 한마디가

차 안의 공기를 환하게 바꿨다.


엄마는 한참을 웃으셨다.

긴 거리에도 지치지 않았다.


아마도,

마음속 ‘몽쉘 통통’이

진심으로 기다려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지베르니, 꽃보다 당신


첫 목적지는 지베르니.

꽃으로 가득한 정원, 연못 위 수련, 분홍빛 모네의 집.


화폭 속 장면들이

조용히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엄마는 나지막이 물으셨다.

“나는 언제 이런 집에서 살아보노.”


나는 웃으며 말했다.

“마음같아선,

이 집을 통째로 들고 한국까지 가져가고 싶어.”


그리고 덧붙이지 않아도 아는 말

엄마는, 그 집보다 더 예뻤다.


꽃들 사이에 서 있는 엄마는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풍경의 중심 같았다.




옹플뢰르


옹플뢰르, 바다를 닮은 대화


옹플뢰르는 고요한 항구도시였다.


우리는 빵을 들고

부두 끝자락 벤치에 앉았다.


“여긴 부산 마린시티 요트항 같기도 하네.”
“그래도 감성은 다르잖아. 여긴 유럽이니까~”

별거 아닌 말들이

바람을 타고 오갔다.


나란히 앉아

뭐라도 나누는 그 시간,

엄마도 나도

조금은 바다를 닮아 있었던 것 같다.


말보다

고요함이 먼저 도착했던 풍경.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지 않아도

함께라는 것이 선명했던 자리.






몽생미셸, 비밀스러운 성을 걷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몽생미셸은

예상보다 더 조용했다.


바람이 천천히 성벽을 감쌌고

멀리서 수도원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교회 안 벤치에 잠시 앉아

기도를 하셨다.


햇살이 돌담 위로 쏟아지던 그때,

엄마가 말했다.


“안 와봤으면 너무 궁금했을 거야.

데리고 와줘서 고맙다.”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엄마가 나에게 보여준 세상에 비하면

내가 엄마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은

참 작고,

참 서툴기만 했다.


그 작은 마음을

엄마는 언제나

기꺼이 받아주었다.




돌아오는 길,

엄마는 또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나는 몽쉘 통통 본 게 제일 좋았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따뜻하게 들렸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날의 기억을

엄마가 오래 간직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안다.


그 하루는

내가 오래도록 꺼내어 볼,

아주 소중한 기억이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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