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위해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나는 내가 꽤 완벽한 J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여행 루트를 촘촘히 짜고, 숙소도 꼼꼼히 예약하며
파리까지는 계획 하나 흐트러짐 없이 흘러갔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에서 딱 하나—
가장 중요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입장권을 예약하지 못했다.
엄마가 바르셀로나에 꼭 오고 싶다고 하신 이유도
바로 이곳이었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예약 사이트를 다 뒤졌고,
예약 실패, 취소, 좌절… 반복 끝에
바로 전날, 정가의 두 배를 주고 겨우 두 장의 티켓을 구했다.
돈이 아까운 게 아니었다.
엄마에게 이 아름다움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기꺼이였으니까.
우리는 바르셀로나에서 총 3일을 머물렀고,
그 앞의 이틀 동안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멀리서만 바라보았다.
거대한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입장 못한 아쉬움을 말없이 삼키며,
그저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셋째 날.
드디어,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부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했다.
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타고 들어와
마치 오로라가 춤추듯 천장과 기둥을 물들이고,
가우디의 곡선미가 성당 전체에 숨결처럼 살아 있었다.
하늘로 뻗은 구조물은 신의 숨을 닮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2시간 가까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기도는 입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라는 걸
그곳에서 처음 알았다.
나는 엄마를 위해,
엄마는 나를 위해
서로를 위해 조용히, 지그시 그 시간을 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의 끝에서 단둘이,
오랜 기도처럼 이곳에 앉아 있었다.
내가 어릴 때 상상하던 모습은 아니었다.
엄마 손을 잡고
유럽 어디쯤에서 햇살을 마주보며 웃고 있을 거라곤.
하지만 그날,
나는 분명 알았다.
이 순간이 평생을 데려갈 기억이 되겠구나.
시간이 흘러도
빛이 바래지 않을, 그런 기억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종교를 떠나 그 자체로 믿음의 구조물이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천장을 향해,
빛을 향해 뻗어나가는 그런 감정의 결정체였다.
엄마와 나는
그곳에서 조금 더 가까워졌고,
삶이란 이름의 여행길에서
조금 더 단단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앉아 있을 수 있다면,
그건 분명
기적에 가까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