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이 아름다움이 되기까지, 엄마와 함께한 여름밤의 기억
바르셀로나의 첫인상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파리에서 도착하자마자
텁텁한 공기와 낙서 가득한 지하철,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소음에
내 마음도 덜컥 조용해졌다.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 있었고,
숙소 문을 열 때
이 도시와의 거리를 조금은 느꼈다.
‘아, 나랑 안 맞는 도시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마음의 문도 닫히고 있었다.
그러다 밤이 왔다.
엄마와 함께 고딕지구를 걸었다.
돌길 위를 따라
작은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기타와 바이올린,
첼로와 어느 목소리.
음악은 벽을 타고, 골목을 지나,
우리 마음까지 따라왔다.
그 골목에서
나는 바르셀로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빛도, 건물도 아닌
사람들과 음악이
어두운 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엄마는 그 자리에 멈춰
말없이 그 노래를 들었다.
언제나처럼,
음악 앞에서 가장 긴 시간을 머무는 사람.
그 옆에,
유모차에 탄 아기가 있었다.
아빠 품에 안겨
작은 두 팔로 춤을 추었다.
아빠는 그 아이를 따라
천천히 리듬을 탔다.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그 몸짓만으로 노래에 답했다.
그리고 그 옆,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었다.
피부색도, 말도, 이름도 다르지만
그 순간엔 같은 박자였다.
같은 웃음이었고,
같은 밤이었다.
엄마는 말없이 고개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도 찍지 않았다.
그 밤은
그냥 그렇게
우리 마음에만 머물렀다.
돌아오는 길,
엄마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 손의 온도를 오래 느꼈다.
말보다 먼저 닿는 온기.
바르셀로나는
그렇게 우리 사이에
작은 여운처럼 남았다.
한 편의 노래처럼,
여름밤의 뒷모습처럼.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내 안에 내려앉았다.
말없이 지나간 그 밤이, 가장 오래 남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