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여행이 깊어지는 시간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약 3시간,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공기의 온도가 달랐다.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보다 훨씬 조용하고 안정된 느낌이었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 캐리어를 끌며 걷는 길 내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초여름의 풀내음, 적당히 붐비는 도시의 분위기,
지나가는 사람들의 미소조차도 우리를 환영하는 듯했다.
숙소에 도착하자, 사장님은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방을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5월 말이었지만 이미 한여름처럼 더웠던 마드리드에서, 그 배려가 무척 고마웠다.
잠깐 재정비를 마친 뒤, 우리는 마드리드 왕궁과 프라도 미술관으로 향했다.
운 좋게도,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프라도 미술관의 무료 입장 시간.
기다리는 줄은 길었지만, 그 시간 동안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엄마, 벌써 4일밖에 안 남았네.”
“그러게, 시간이 이렇게 참 빨리 흐른다.”
서로의 눈엔 아쉬움과 남은 날들을 더 풍성하게 보내고 싶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의 감상 후,
우리는 마드리드에서 유명한 츄러스 가게에 들렀다.
진한 코코아 맛의 초콜릿 소스는 느끼하지 않고 부드러웠고,
시원한 레몬에이드는 그날의 더위를 말끔히 씻어줬다.
밤에는 숙소 사장님이 추천해준 피아노 연주가 있는 바를 찾아갔다.
엄마와 처음으로 샹그리아 두 잔을 시켜놓고,
조용한 피아노 연주를 바로 옆자리에서 감상했다.
그런데, 30분쯤 지나자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입장했고,
갑자기 팝 연주가 멈추고 케이팝과 트로트로 장르가 바뀌었다.
엄마와 나는 피식 웃었고, 결국 그분들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이 피었다.
우리는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며 인사했고,
그날 밤 엄마와 마드리드의 거리에서 한참을 웃으며 걸었다.
생각보다 볼거리들이 가까이 몰려 있었기에
마드리드는 관광하기 참 좋은 도시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정오의 햇살 아래 나눈 엄마와의 조용한 대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그날의 햇살은 무겁지 않았고,
그날의 바람은 마음에 스며들 듯 불어왔다.
우리 사이에 쌓인 시간과 이야기들이
마드리드의 골목마다 조용히 내려앉았다.
돌아와 떠올리면
가장 먼저 기억날 건
화려한 건물도, 유명한 미술품도 아닌
그날 엄마와 함께 웃으며 걸었던 거리,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나눈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