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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지 Nov 18. 2023

당신은 몇 시가 괜찮습니까?

스타트업의 리더는 나의 시간보다 상대방의 시간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 중에 내가 '우리 회사에서 가장 대단하고 사실상 중요한 일은 내가 다 한다.'라고 생각하거나 다 떠나서 일단 '넌 직원, 난 대표!' 라며 본인이 직원분들 보다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 중에는......


"나는 대표이고 엄청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바쁜 사람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나에게 맞춰야 해!"

"이렇게 중요하고 바쁜, 심지어 대표인 내가! 귀한 시간을 쓰는 것이니 내가 편하고 원할 때 전달하고 지시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을 직원들은 당연하게 생각해야 해!"

"내가 몇 시에 미팅하기로 약속했는데 어쩌다 보니 못 지켰네? 그래도 난 바쁘고 중요한 사람이니 그럴 수 있어! 직원인 네가 이해하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가끔, 아주 가끔 있는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특히 초기 스타트업은 그 특성상 대표님들이 하실 일이 정말 많아요. 사업상 의사결정, 투자자 또는 관련 기관의 요청사항 대응, 조직관리, 그리고 실무 등 많은 일에 치여 하루 24시간을 나노 단위로 쪼개서 살고 계십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대표님들 중 몇 분은 자신이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본인 위주로 회사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리더는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철학자 한비자(韓非子)는 군주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의 모든 힘과 지혜를 당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의 힘을 사용해야 하고 나아가 타인의 지혜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으며 물리적으로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습니다. 성과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회사가 성장을 하고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표님이 너무 바쁘고 중요한 사람이니 직원분들이 대표님의 시간에 무조건 맞춰야 한다? 뭔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직원분들이 대표님 시간이 맞춰도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 대표님의 시간에 일방적으로 맞추다 보면 직원분들이 자신 업무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거나 기한이 정해진 업무의 일정들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성과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직원분들의 입장에서 업무상 적절한 시점, 필요한 시간에 대표님이 맞추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표님의 시간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직원분들의 시간을 살펴봐주세요. 상황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대표님과 직원분들의 상황을 함께 의논하고 판단하여 서로 적절한 시간을 합의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과거 저는 제가 조직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의 시간에 맞추기를 바랐고 제가 하는 일이 우선시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속내를 겉으로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이 그 모양이다 보니 말과 행동에 당연히 본심이 묻어 나왔을 것입니다. 정말 어리석고 오만한 생각, 말, 행동이었습니다. 이런 저와 함께 일하는 파트원들은 업무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요? 최선의 결과는 둘째치고 파트원들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며 저와 일을 했을까요? 참 부끄럽고 미안하고 후회돼서 생각 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힘들다는 창업을 결심하고 어느 때는 리더, 어느 때는 실무자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가는 스타트업 대표님들 진심으로 성공을 빕니다. 사업에 첫발은 대표님 혼자 내딛으셨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손잡고 발맞춰서 함께 걷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표님! 나의 시간과 일이 중요하면 상대방의 시간과 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꼭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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