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면서 제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더 선호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출근과 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이었습니다. 막히지 않으면 50분도 걸리지 않는 길을 출퇴근 시간에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영혼 없는 얼굴로 2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주차도 힘들었습니다. 당시 회사의 주차 공간은 직원의 수만큼 충분하지 않았고 회사 근처 사설 주차장은 너무 비쌌습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저는 백팩을 메고 다녔습니다. 집에서도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아 노트북을 항상 가지고 다녔는데 전철이나 버스는 운 좋게 자리에 앉지 않는 이상 손잡이를 잡아야 했거든요. 그래서 옆으로 메는 가방은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차량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의 특성상 여기저기 불러주실 때마다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고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도 종종 가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몸에 붙이고 살던 편리한 백팩이 이제는 거추장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사용하던 백팩의 가방끈이 끊어져서 새로운 가방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가방은 백팩이 아닌 옆으로 메고 다니는 가방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가방을 사려고 알아보면서 평소 좋아했던 독일의 명품브랜드 M사의 S모델이 사고 싶어 졌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의 '원츠(Wants)'와 '니즈(Needs)'는 무엇일까요?
'원츠'와 '니즈', 즉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은 다릅니다.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리더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로 하는 것에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 이유는 원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충족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필요로 하는 것은 꼭 충족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가방 구매 상황에서 저에게 충분한 돈이 있다면 M브랜드의 S모델을 구입하면서 '원츠'를 충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행복한 상황은 자주 있지 않습니다. 저는 당장 가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에 맞는 다른 브랜드의 가방을 구매함으로써 '니즈'를 충족하게 됩니다.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할 때 고객의 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고객의 소리를 수집하고 반영했음에도 실패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중 일부는 '원츠'와 '니즈'를 구분하지 않아 생기는 결과입니다. 직원분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님은 직원분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원츠'와 '니즈'를 파악하고 구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우선 '니즈'에 초점을 맞추시는 것이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상대방의 '원츠'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원츠'를 파악하는 것은 너무 중요한데 '니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먼저라는 이야기입니다.
'니즈'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먼저 '니즈'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 글의 주제를 떠나 '니즈를 파악하자.'라는 말은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서 밥먹듯이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것을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유는 니즈의 구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니즈'는 드러난 '니즈'가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물어보면 이야기해 주는 것이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드러나지 않은 '니즈'입니다. 상대방에게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고 심지어 숨기기 위해서 애를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직원분에게 업무지시를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할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니즈'는 '저 칼퇴해야 해서 그 업무는 사양하겠습니다.'라고 생각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런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끝판왕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은 상대방 자신도 모르는 '니즈'입니다. 분명히 존재는 하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니즈'로 찾아만 낸다면 대박은 거기서 터집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고 드러난 '니즈', 더 나아가서 드러나지 않은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처음에는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연습하다 보면 분명히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자전거를 배우는 것처럼요.
"적절한 양의 일을 하면서 저녁이 있는 직장 생활을 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고생스럽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인정받는 직장 생활을 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파트장을 처음 맡고 파트원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질문했던 말입니다. 당시 제가 이런 질문을 했던 이유는 어떤 태도가 좋고 나쁘고의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파트원 각각 직장 생활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에 부합하도록 업무를 부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이런 의도를 질문과 함께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솔직한 답변을 부탁했습니다. 파트원들은 열외 없이 가시밭길을 걷더라도 인정받는 직장 생활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저는 그 방향에 맞춰서 업무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분명 저는 파트원들이 이야기 한 방향으로 업무를 지시했는데 예상했던 반응, 과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저는 업무 지시를 잘 못했다고 생각하고 저에게서 개선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고 말았죠. 파트원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인정도 받고 승진도 잘하는 직상생활을 원했지만 실제 필요한 것은 힘들지 않은 직장생활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파트원들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니즈'를 파악 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굳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리더십을 잘 발휘하기 위해 '니즈'에 먼저 초점을 맞추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