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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보건교사 Mar 29. 2024

파쉬보온물주머니

네가 내 딸이라면,

  나의 보건실에는 핫팩이 없다.

겸용으로 사용하는 냉온찜질팩은 얼렸다가 데우기 위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제품이 터질것 같은 불안감과 사용 후에 찜질팩이 회수가 다시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그런 보건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었다. 

  참고로 냉찜질팩은 항상 음식포장시에 딸려오는 얼음팩을 깨알같이 모아서 아이들에게 찜질하고 가져오거나 폐기하라고 했었다. 그러니깐 냉찜질팩은 회수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온찜질팩은 회수를 반드시 해야하니 보건교사 입장에선 애초에 제공하지 않은 편이 나았다.




 고2 여학생이 싱그러운 얼굴로 나에게 주저리주저리 생리통때문에 배가 아프니 핫팩을 요청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보건실에 핫팩은 없어"로 딱잘라서 말했을테지만 그 학생이 너무 예의있고 간절하게 요청했던터라 서랍장을 뒤졌다. 찾아낸 내것인 파쉬보온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한껏 넣어서 아이에 건네주었다. 


 "이건 보건실 물품이 아니라 선생님 개인물품이야, 그러니깐 반드시 사용하고 돌려줘야된다."

역시나 당일은 아이가 다시 보온물주머니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하니 아이가 싱긋싱긋 웃으면서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보온물주머니 덕분에 생리통이 많이 안 아프고 잘 넘겼다고. 

 반납을 하자마자, 또 다른 여학생이 와서는 핫팩을 요청하길래 이번에는 쿨하게 받았던 파쉬보온물주머니에 커피포트기에 물을 끊여서 아이에게 건넸다. 물을 끊여서 보온물주머니를 채워주는데 문득 '내가 귀찮아도 네가 내 딸이라면 기꺼이 해주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없었을땐 젋으나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었던 보건교사였는데 아이가 생기니 아이들에게도 한층 더 너그러워진것 같다.

  앞으로는 내가 좀 성가시지만 파쉬보온물주머니를 넉넉하게 보건실물품으로 구입해서 아이들이 생리통으로 핫팩을 요청하면 제공해줘야겠다. 내가 내 딸을 담당하는 교사가 아이에게 좀 다정했으면하는 마음으로, 나부터 아이들에게 포근한 보건교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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