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넷플릭스 시리즈가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어도 시청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제 5화(부제: 인생에서 노란등이 깜빡거릴 때)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순간 대사가 워킹맘의 고충이 마음에 와닿아서 5화부터 시청을 시작했다. 그리고 제 6화(부제 : 어떤 마법사의 하루) 공시생의 자살이야기는 비극적이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마음이 아팠다.
간호사가 주인공인 최초의 메디컬 드라마인듯 싶다. 항상 의사가 주인공인였는데, 여기에는 간호사의 업무가 주된 이야기이다. 하긴 정신과병동이야말로 상담을 주를 이루는 간호사의 역할이 크긴크다.
나도 한때는 정신과신규간호사였다. 그래서 더더욱 해당 드라마시청을 하고 싶지않았다. 신규였던 간호사시절이 생각날것 같아서이다. 임용공부를 했던 나는 꽤나 입사성적이 좋았고 원하는 과를 골라서 갈수 있었다. 그때 나는 정신과에 지원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신과는 업무로딩이 좀 덜할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잘못된 선택이였던것 같다. 모름지기 신규는 일반병동이나 응급실에서 간호기술을 하루빨리 숙달시켜야했었는데 정신과병동에서는 테크닉적인 간호술을 연마하기에는 부적합한 곳이였다. 그리고 내가 근무했던 병원에선 주인공인 정다은 간호사처럼 일반병동에 적합하지 않은(소위 부적응하는) 간호사가 마지막으로 로테이션 되는 곳이 정신과병동였다. 그래서 나는 신규발령 3개월만에 다른 부적응 간호사의 부서배치로 인해
내가 일반병동으로 재배치이 되어서 다시 일반병동에 적응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초반부에는 환자이야기가 나오면서 현실감이 있었는데, 후반부에는 정다은간호사의 자살로 인한 정신과병동 입원인한 갈등이 나오면서 드라마스러운 극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것 같았다. 정신과병동에 어떻게 보호자가 상주할수 있을까, 저렇게 평간호사의 입장을 배려해주는 수간호사가 존재하나. 의사가 간호사를 저렇게 옹호해주던가. 이런 현실적인 질문이 내안에서 계속되어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를 잃었지만.
물론 드라마를 보면서 병원동료들도 많이 생각나드라. 교사집단은 수평적으로 위계질서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나, 간호사집단은 엄청난 위계질서로 수직적인 집단이다. 선배간호사의 말은 곧 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는 선배간호사의 책임 역시 어마어마하다. 간호사의 일은 협동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신규가 잘못해도 선배간호사의 책임이 따른다. "너는 신규가 허덕일때, 네 일만 했니?"라고 깨지지 십상이다.
나를 보건교사로 이끌어준 나의 동료이자 선배간호사샘에게 마음으로 감사하지만 차마 연락은 못하고 있다. 나는 정말 그 선배간호사가 너무 싫어서 임용공부를 열심히해서 병원에 탈출했으니깐. 근데 인생을 더 살아보니 그 선배간호사에게 감사드린다. 덕분에 개성넘치는 나지만 학교에서의 직장생활이 아주 평탄해졌으니.
내가 미워서 나한테 그랬겠나. 정말 내가 미운짓을 해대니깐 고치라고 나를 혼냈겠지만 아직까진 스승의 날에 그 선배간호사에게 연락을 하는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병원에서 지난간 옛 연인도 생각났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비쥬얼이 좋았던 커플은 아니였지만, 내 첫 남자친구는 정신과 3년차 레지턴트 치프샘이였다. 6개월정도 사겼고, 수평선과 같다던 전여자친구관계가 정리되지 않아서 나와 헤어졌다. 결국 그는 전여친과 결혼을 했다. 정신과병동에 놀려갔다가 그 사람의 청접장을 봤던 해에 나는 임용에 합격했다. 그와 나는 6살차이가 났었고 당시에는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수 없었다. 지금 내가 그 당시 남자친구의 나이가 되어 지나보니 너도 어렸구나. 나는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의 직업을 사랑했던 걸까. 갑자기 생각나서 그 사람을 검색해보니, 어디 정신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너랑 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약 결혼했다면 나는 보건교사가 되지 못했을거고 나는 그저 의사사모님에 만족했어야겠지. 내가 짧은 인생을 살아보니 남편이 아닌 나 자체로 빛이 나는 삶이 더욱 행복한 삶인것 같다. 정신과병동드라마를 보면서 잠깐 추억에 잠겼던 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