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only a point.
2025년 7월 6일 (일)
오늘은 졸업식 축사를 듣고 배운 것을 적어 봅니다.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가 2024년에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한 축사를 들었다. 축사 중에 갑자기 흥미로운 통계 자료를 언급하면서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이 인상 깊어서 글로 남긴다.
페더러는 은퇴 전까지 1,526개의 싱글 매치에 출전했고, 80% 가까운 승률로 매치에서 이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 통계를 승리 포인트(점수)로 환산하면 고작 54%였다. 즉, 100번 경기하면 80번을 이겼지만 경기 내용으로 보면 아슬아슬한 점수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통계를 언급하면서 포인트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를 강조했다.
예를 들면, 점수를 잃었을 때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좋아, 더블 폴트였어. 그냥 한 포인트 준 거야(It’s only a point.)” “네트까지 뛰어갔는데 패싱 당했어. 괜찮아. 그냥 한 포인트 준 거야(It’s only a point.).”
포인트를 땄을 때도 마찬가지다. ESPN의 <Top.10 Play>에 선정될 만한 멋진 샷으로 점수를 가져왔더라도, 길고 긴 랠리 끝에 힘겨운 포인트를 성공시켰을 때도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냥 한 포인트 땄을 뿐이야.(It's only a point.)”
페더러는 포인트 하나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지금 내 앞에 이 포인트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임해야 하지만, 이미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포인트, 그다음 포인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그는 이 사고방식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 강조한다.
인생이 테니스 경기라면 나는 지금 이기고 있을까? 지고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건 확실하다. 죽기 전까지는 경기의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러니까 그냥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포인트를 하나 잃었다고 해서, 경기를 진 게 아니고, 한 포인트를 땄다고 경기를 이긴 것도 아니다.
포인트를 잃었다면 “오케이. 조금 아프네? 이제 다음 포인트에 집중하자.” 하고 넘기면 될 뿐이다. 포인트를 연달아 크게 땄더라도 너무 오버해서 자축하거나 자만하면 안 된다. “오케이. 나 진짜 잘했어. 칭찬해. 그래도 흥분하지 말자. 다시 다음 포인트에 집중!” 하면서 다음 게임에 임하면 된다. 이게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