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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라이언 Jan 11. 2024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은 없다.

First Principle Thinking에 관하여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는 이런 종류의 일이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쭉 그렇게 해왔던 일. 우리 회사에서 또는 업계에서 원래 그렇게 하는 거라고 여겨지는 일들이요. 보통 이런 일을 할 때는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그냥 합니다. 왜 해야 하는지, 왜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죠.


이러한 일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루틴한 일입니다. 통계 파일이나 대시보드 숫자를 업데이트하는 일, 루틴하게 작성하는 주간 보고, 뉴스 모니터링 같은 일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두 번째는 과거에 의사 결정한 사항을 지금까지 따르고 있는 일입니다. 과거 계약한 공급업체와 계속 거래를 하거나, 가격 체계나 판매 방식과 같은 정책을 오랜 시간 유지하고 있는 것 등의 일들이죠.


하던 대로 일하면 확실히 편합니다.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일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일할 때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일하는 것이 "정말 일의 결과 즉, 성과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식인가?" "나의 성장을 돕는 방식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The Lost Interview(1995년)'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이 일을 왜 해야 하는 거죠?"라고 묻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래 그렇게 하는 거예요"라고 답한다.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왜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모른다. 즉, 일(비즈니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그냥 어제의 방식, 과거의 방식 그대로 일을 한다. 어제도 그렇게 했고, 그저께도 그렇게 일을 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많은 질문을 품고, 여러 사안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면 비즈니스를 빨리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이 말은 'First Principle Thinking' (제1원칙 사고)과 맞닿아 있습니다. First Principle Thinking을 간단히 정의하면 근원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파 내려가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왜 이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가?"

"선배가/팀장님이 말하는 방식이 정말 최선일까?"

"통계 자료는 꼭 이렇게 정리해야 하는가? 이 숫자가 지금도 유효한 숫자인가?" 

"왜 올해도 이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가?" 

"오래된 판매 정책을 이번에는 바꿔보면 어떨까?"와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겠죠.


First Principle Thinking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인물은 일론 머스크입니다. 로켓에 들어가는 설비와 부품을 자체 생산하여 원가를 어마어마하게 줄인 것, 발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모하게 진행한 여러 일들을 보면 놀라울 뿐입니다. 기존의 항공 우주 비즈니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원가 절감을 보여줬으니까요. 테슬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값비싼 전기차 배터리 팩의 생산 원가를 줄이기 위해 니켈, 리튬을 채굴하는 곳과 직접 계약해 버렸죠.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성공은 일론 머스크의 "왜 그렇게 해야 해?"라는 아주 간단하고도 본질적인 질문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일론 머스크가 2013년에 Ted 강연에서 한 말을 통해 그의 머릿속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We get through life by reasoning by analogy, which essentially means copying what other people do with slight variations. And you have to do that. Otherwise, mentally, you wouldn’t be able to get through the day. But when you want to do something new, you have to apply the first-principles approach.”       

"우리는 유추를 통한 추론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약간 변형하여 모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하루를 버틸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없는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려면 제1원칙 접근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Product Management 콘텐츠 크리에이터, Lenny는 First Principle Thinking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It’s simply a technique for approaching problems with a beginner’s mind. Instead of working within assumptions and what people around you “know” to be true, you do the hard work of figuring out what’s actually true and, thus, what’s truly possible."      

"초보자의 마음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정과 주변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진정으로 가능한지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저는 'biginner's mind',  '초보자'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늘 루틴하게, 회사에서 원하는 방식 그대로 일을 처리하고, 경력도 제법 쌓이면서 초보자는 벗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초보가 아니라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지금의 방식이 옳다는 프레임에 갇히는 거구나 싶어서 아찔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분명 질문도 많고, 의문과 호기심이 가득한 상태였는데 스스로를 '탈초보' 했다고 판단한 지금은 확실히 그렇지 않았거든요.


반성했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고, 소울도 없이, 하던 일 그대로 빠르게 쳐낸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보다는 '원래 그런 거야~',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에 의문을 품고 계속 질문해야 한다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바라보자고. 이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일의 성과가 좋게 나타나는 거라고요.


이제부터라도 저는 '원래 그랬으니까 그냥 그렇게 처리하던 일'들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올까요?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왜 나서서 일을 만드냐고 저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사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성장과 성과를 위해 분명히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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