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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라이언 Nov 22. 2023

마이크로매니징이 항상 나쁜 건 아니다

디테일의 'Micromanaging' vs 자율과 위임의 'DRI'

리더와 구성원, 팀과 조직, 직원의 동기 부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는 권한 위임(Empowerment)과 자율성(Autonomy)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도입했다는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에게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토스를 포함한 여러 스타트업에서도 DRI는 꽤 사랑받고 있는 듯하다. 내가 생각한 것을 내가 결정하고, 내가 실행할 때 느끼는 보상은 그 어떤 보상보다도 강하다. 이런 것이 가능해지면 업무에 대한 오너십은 물론 '회사의 일은 곧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참고 글 1. 토스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며

참고 글 2.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의사 결정 구조: DRI


이러한 DRI의 정반대에 서 있는 개념을 하나 꼽자면 "마이크로매니징(Micromanaging)"일 것이다. 리더가 모든 일에 세세하게 간섭하고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최근 Lenny's Podcast에 출연한 브라이언 체스키(Airbnb 창업자, 현 CEO) 인터뷰를 본 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마이크로매니징이 항상 나쁜 건 아니다"는 쪽으로.


Lenny's Podcast에 출연한 브라이언 체스키 인터뷰 영상




브라이언 체스키에 따르면 Airbnb는 한참 성장하는 시기(2015-2019)에 사업을 여러 부문으로 나누었고, 각 부문에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Co-founder와 CEO의 관여도를 줄이고, DRI를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DRI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여러 개의 사업 부문이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하는데 각 부문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실행하다 보니 회사 전체가 아닌 부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현상이 일어났다. 부문 간의 정치와 관료주의가 개입되었다. 그러면서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 문화와 미션, 브랜드는 잊히고 숫자와 지표(Metrics)에 집착하면서 Airbnb의 전체 서비스 일관성(결합성, cohesive)이 떨어졌다.


또, 브라이언 체스키는 DRI가 조직을 더 느리게 만들었다고 언급한다. 본인이 프로젝트에 덜 관여할수록 더 많은 Spin(해석, 관점)이 발생하고,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리소스가 줄어들면서 느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Airbnb의 제품이 발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도입한 DRI가 오히려 Airbnb의 속도를 더 느리게 만들었다고.


이러한 상황에서 Airbnb는 팬데믹을 맞이했고, 전체 비즈니스의 80%를 잃었다. 이때 브라이언 체스키는 모든 세부 사항에 다시 관여하기로 결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업이 잘되고, 성장 중일 때는 일에 관여를 덜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구성원들이 위기가 찾아오니까 오히려 본인의 일에 더 관여해 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브라이언 체스키가 한 일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필요한 일 외에는 모두 제거한다.

구글 시트에 회사의 모든 업무를 기재한다.

진행하는 프로젝트 개수와 관리 업무의 개수를 줄인다. (현재의 20% 수준까지)


2. 사업 부문 단위의 조직을 기능 단위로 재구성한다.

10개의 사업 부문(Flight, Home, Travel, Megazine 등)을 Design, Engineering, Product Marketing, Marketing & Communication, Sales, Operation이라는 기능 조직으로 바꿨다.

각 기능 내에 그룹은 더 작게 만들어 다시 스타트업의 조직 체계로 구성했다.


3. 주요 구성원(Top 30-40명) 간의 의견 공유와 대화를 위한 채널을 만든다. 

이 채널에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유/정리하여 의사 결정한다.


 4. Product, Project, Marketing 등 모든 일에 'CEO 리뷰' 일정을 만든다. 

이를 통해 회사 전체의 그림을 파악하고, 어디서 이슈/병목이 발생하는지 체크한다. 

리뷰 주기는 weekly, bi-weekly, monthly 등 케이스에 따라 다르다.


딱, 마이크로매니징이다. 하지만 브라이언 체스키는 구성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지시하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와 디테일에 관여하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디테일을 모르면 구성원이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훌륭한 리더의 역할이 사람을 고용하고 그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리더가 일을 세부적으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창업자(Founder, CEO)가 원하는 조직 운영 방식과 회사 구성원이 원하는 방식 사이의 타협점을 찾으려고 하면 모두가 비참해진다고 조언한다. "구성원 모두가 바라는 것은 명확한 목표를 향해 같은 방향으로 빠르게 노를 젓는 것이다. 모든 직원은 달래면서 갈 수 없다. 직원들이 언제까지 회사에 남아있을지 모른다." DRI든 마이크로매니지먼트든 리더가 원하는 조직 운영 방식에 맞추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대표라면, 혹은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면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활용할까? DRI를 활용할까? 정말 어렵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로 회사를 이끌려면 대표 개인의 능력이나 통찰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회사의 비전 또한 명확해야 할 것이다. 브라이언 체스키처럼 말이다. 또한, 회사를 굴러가게 하는 다양한 부서의 업무를 잘 알아야 한다. 제품과 연관된 기획, 디자인, 개발뿐만 아니라 회계, 총무, 구매, 인사 등 경영 지원 직무에 대한 이해도까지 높아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다면 DRI가 맞다. 각 직무, 분야에 전문가에게 의사 결정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여기서 확실히 해야 할 것이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DRI 담당자의 역량이 뛰어나야 한다. 그러므로 채용의 질이 매우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표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대표와 Sync가 잘 맞아야 한다. 서로 생각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DRI 담당자가 스스로 실행한 일의 결과물이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다. 실패를 하더라도 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점은 고민이 된다. DRI로 조직을 운영하더라도 회사 전체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면 당연히 대표가 의사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또는 모든 구성원이 "No" 하더라도 대표의 직관에 따라 의사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DRI가 잘 동작하는 걸까? 그런 거 보면 마이크로매니징과 DRI 중 양자택일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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