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려되었습니다 Jan 16. 2024

납골당으로 날아온 편지

사랑해 내 천사. 보고싶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에는 아이들을 납골할 수 있는 봉안당​​이 있다. 이 봉안당의 관리는 나의 하루 일과 중 하나이다. 비가 많이 오는 등 날이 많이 습하거나, 기온이 너무 떨어진 날, 혹은 몹시 더운 날에 온도차로 인해 유골함​​들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온도와 / 습도를 신경 써서 유지해주고 있다.




12월은 봉안당의 행사가 있는 달이었다. 연말에 바쁜 일정으로 봉안당까지 찾아오기 어려운 보호자가 많아서 인터넷으로 봉안당 아이들에게 연말인사 편지를 써주시면 직접 예쁘게 출력하여 각각의 봉안당 자리에 놓아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무척이나 신경 쓸게 많은 행사이지만 그만큼 뿌듯함도 큰 행사다.


보호자님께서 업로드를 허락해 주셨다.


편지를 받아서 출력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용들을 읽게 되는데 가슴이 저릿해질 때가 있다. 아이와 예쁘게 사랑했던 시절을 추억하시거나, 함께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담아주시거나, 아이가 떠나고 변화된 가족들의 소식을 덤덤하게 전하거나 해주신다. 출력하면서 장례지도사로서 프로답지 못하게 몰래 눈물을 훔칠 때가 참 많다.


나도 네 마리 강쥐들의 보호자로서 간혹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외모, 비슷한 이름의 아이들이 장례를 치르러 올 때면 괜스레 마음이 더 가고 티는 잘 안내지만 알게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듯하다. 내 직업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일 체감하고 있다. 오늘도 열심히 산책해 주고 사랑해 줘야지.

작가의 이전글 후회 없는 이별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