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로 크게 아팠던 탓일까, 우리 집 강아지의 성격에도 미세한 변화가 생겼었다. 디스크로 인한 통증 때문인지 활동량이 줄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게 된 거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이런 증상들은 강아지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 나타나곤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통증이니만큼 피로감이 늘어 우울증으로 번진다는 거다.
강아지도 한 생명이니만큼 감정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어야 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세심하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분리불안도 우울증 증상 중 하나라고 하니, 분리불안까지 번지지 않도록 더 신경 썼다.
가장 급한 건 디스크 치료였다. 우리 아이는 약물 치료보다는 물리치료 위주의 치료 방법을 선택했다. 지금은 많이 호전되었으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서워하는 것과 같은 증상들은 달고 살아야 하는 아픈 기억으로 남은 느낌이었다.
무기력한 모습이 우울증은 아닐까, 무서운 마음이 들어 병원에 방문하니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가벼운 후유증 같은 거라고, 안심시키는 말들에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조금이나마 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하길 오늘도 기도해 본다.
행복했던 20대를 함께 보내고 안정적인 30대를 보내고 있는데,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 게 나만의 욕심일까.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나를 외롭게 만드는 날들이었다.